친구이야기/친구야!(여자만)

고향 친구들 덕분에

pjss 2008. 6. 29. 04:24
 

2008년 5월 29일


우도분교장의 다섯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친구 성란이네 딸기밭으로 딸기체험학습을 다녀왔다.

며칠 전에 딸기를 따러 갔는데

딸기를 따는 기쁨이 커서 우리 아이들에게 체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성란이에게 얘기하니 딸기를 관리하지 않아 딸기가 누렇게 변해버렸다고 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몇 개라도 딸 수 있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딸기밭으로 했다.


친구 성란이는 오늘 일손을 얻어서 모내기를 한다고 하여

전화통화만 하고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딸기 밭에 도착했다.

다행히 조금 늙어 보이기는 해도

아직 빨간 딸기들이 제법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탄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딸기를 따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과 목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우리가 그저 별 생각 없이 사먹는 딸기 하나도

이렇게 농부의 수고로움이 더해진 거라는 교과서식 설명을 하고

새참으로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었다.

아이들은 땀으로 샤워를 한 차례 하고 나서 먹으니

아이스크림이 너무너무 시원하고 달콤하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들 각자 한 바구니씩 딸기를 가득 채운 뒤

오랜만에 뭍으로 나온 김에 자장면 체험을 위해 유둔으로 향했다.

예전에 냇가 어디쯤에 있었던 것 같던 중국집이 보이지 않아

물어물어 찾은 애향반점에서 반가운 기식이를 만났다.

저 번에 모임에 왔을 때 동강에서 중화요리 집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내가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친구 덕분에 푸짐하게 자장면이랑 짬뽕을 먹고

덤으로 사이다까지 얻어먹고 돌아오는데

고향에서 교직 생활을 하는 덕을 톡톡히 본 것 같아 고맙기가 한량없었다.


딸기를 깨끗하게 다듬고 씻어서

찜통이랑 냄비에 넣고 쨈을 만들기 시작했다.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딸기를 미처 손쓰지 못해

한 차례 넘기기는 했으나 끓일수록 빨갛게 모양새를 갖춰가며

교실 가득 뿜어나는 딸기향이 향기롭기 그지없다.


남도의 조그마한 섬 우도의 아이들이

직접 딸기를 따고 다듬고 씻어서 쨈을 만들어 먹는

아름다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내가 친구를 잘 둔 덕이다.

아니 좋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와서인가?

아무튼 배움의 폭이 좁은 우리 아이들에게

폭 넓은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 준 친구 성란에게

이 글을 통하여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