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았거나 놓쳤거나 -천양희 놓았거나 놓쳤거나 천양희 내가 속해 있는 대낮의 시간 한밤의 시간보다 어두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너무 많은 나를 삼켜 배부를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편재해 있고 나는 때때로 부재해 있다 세상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고 믿는 것만큼 확실한 오류는 없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불꽃도 타..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17.10.26
'그' 꽃 ‘그’ 꽃 정연복 세상의 모든 꽃은 그냥 하나의 꽃이 아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외딴 곳에서 홀로 쓸쓸히 피고 지는 작고 이름 없는 들꽃도 그렇다 온 세상 좁쌀만 한 꽃이라 해도 자기만의 모양과 빛깔과 향기로 비길 데 없고 따스한 햇살 쬐고 바람과 이슬 맞으며 저만의 생의 이력..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16.11.28
사막 사막 - 이문재-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 사이가 더 많아서 모래는 사막에 ㅇㅆ는 것이다. 오래된 일이다 2016. 9.10. 한겨레 신문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16.09.12
나무의 말씀 나무의 말씀 정연복 서두르지 말라.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 그냥 네 생의 속도로 차분차분 나아가라. 깊이 뿌리를 내려라. 삶의 기초를 튼튼히 해라. 촐랑촐랑 나대지 말고 한곳에 진득이 머물러라. 입 함부로 놀리지 말라. 가만히 귀기울이는 법을 배워라. "웅변은 은, 침묵은 금"이라는 ..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15.04.16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장석주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서 둥글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 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14.05.27
'그' 꽃 '그' 꽃 정연복 세상의 모든 꽃은 그냥 하나의 꽃이 아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외딴 곳에서 홀로 쓸쓸히 피고 지는 작고 이름 없는 들꽃도 그렇다 온 세상 좁쌀만한 꽃이라 해도 자기만의 모양과 빛깔과 향기로 비길 데 없고 따스한 햇살 쬐고 바람과 이슬 맞으며 저만의 생의 이력과 ..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14.05.08
선암사 해우소 선암사 해우소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12.06.15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12.02.03
갈대 갈대 신경림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12.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