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단일기(2008~2009)

아름다운 가을 밤

pjss 2009. 9. 4. 22:04

2009년 9월 4일 금요일


아름다운 가을 밤


“선생님~ 운동하러 가요!”

저녁을 먹은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퇴근 무렵,

오늘 저녁에 운동 함께 하자는 나의 제안에

영은이와 영순이가 약속 시간보다 15분이나 빨리 온 것이었다.


진상이와 은경이는 일찌감치 숙제를 다 했다면서

행여나 데리고 가지 않을 까봐 나보다 먼저 나섰다.


가는 길에 세은이를 불러 다섯 명 아이들과 함께

우도 마을 앞 도로와 바다를 끼고 도는 해변도로를 도는

아른바 우도 일주 운동을 시작하였다.


보름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밝은 달이 동녘에서 떠올라 비춰주고

초가을 저녁 선선한 바람이 걸음을 걷기에 딱 좋았다.


“선생님 저 달 속에 나무와 토끼가 있대요.”

아직도 달 속의 ‘계수나무와 토끼’ 이야기를 믿는 세은이가 귀여워

내 귀에는 떡방아 소리가 들린다고 해주었더니

“정말이요?”

하면서 귀를 쫑긋 거렸다.

 

“앗, 저게 뭐지?”

나의 손을 꼬~옥 잡고 걷던 세은이가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응? 뭔데?”

“야, 반딧불이다.”

아, 정말로 저 앞에 반짝이는 것을 자세히 보니 반딧불이가 아닌가?

손을 뻗어 잡으니 내 손안에 쏘옥 들어왔다.


‘아, 아직도 반딧불이가 있구나.’

내 손안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반딧불이를 보며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기해했다.


마을을 지나 바다 옆을 끼고 도는 길은 잠수도로이다.

썰물이 되면 도로가 나타나지만

밀물이 되어 물이 가득 차면 도로가 없어지는 것이다.

마침 아직 물이 들지 않아

환한 달빛을 받아 반짝이며 출렁이는 물결을 끼고 걷는데 너무 환상적이었다.


아름다운 밤바다를 그냥 지나가기 아까워

앞에 가는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빙빙 돌아라.’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고

'토끼풀', ‘아이들은’, ‘음반위의 천사’, 꼴지를 위하여‘,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가을 들녘 길’, ‘개똥벌레’ 등

돌아가며 노래도 불렀다.


우리들의 노랫소리에 박자를 맞추듯 찰싹찰싹 출렁거리는 물결과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앗, 그런데 우리가 놀고 있는 도로 위로 물이 들고 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서둘러 뛰어가니 이미 낮은 곳은 물에 잠겨 버린 뒤였다.


바위를 타고 언덕을 기어올라 겨우 탈출을 하면서도

아이들은 두려워하기보다 즐거움에 함성을 질렀다.


“난 오늘 일기는 ‘재미있는 운동’이라고 써야지.”

“나는 ‘재미있는 노래’라고 쓸 거야.”

"난 선생님과 함께 한 운동"

"운동하며 춤과 노래가 좋겠다."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은

스키핑 스텝으로 폴짝폴짝 뛰며 한마디 씩 주고받았다.


아, 

아이들과 달빛, 그리고 섬이 있는 풍경!

참 아름다운 가을밤이다.

'교단일기 > 교단일기(2008~20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료 봉사활동(순천병원)  (0) 2009.07.13
어쩜 그런 실수를?  (0) 2009.06.26
국화를 자르며  (0) 2009.06.26
새로운 체험학습  (0) 2009.06.23
받는 기쁨, 주는 기쁨   (0) 2009.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