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6일 금요일
어쩜, 그런 실수를?
“난 엄마 아빠랑 놀이동산에 많이 가 보았는데...”
“그래, 그럼 엄마 얼굴 생각나니?”
“네.”
“보고 싶겠다.”
“......”
“아차!”
내가 나의 실수를 알아챈 순간
이미 세은이의 눈가는 젖어들고 있었다.
세은이는 여섯 살에 엄마를 잃고
아빠와 헤어져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착하며
영특하기도 하고 사람도 잘 따라서
우리 우도의 작은 공주로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내가 세은이를 울린 것이다.
내일 에버랜드에 갈 얘기를 하던 중에
어렸을 때 엄마 아빠랑 놀이동산에 많이 가보았다는 세은이의 말에
아무런 생각 없이 엄마의 얼굴이 생각나는지를 묻고는
그런다는 세은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그럼 보고 싶겠다고 말을 해 버린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뱉은 한 마디
“보고 싶겠다.”
‘아니, 어쩜 이런 실수를?’
깜작 놀라며 세은이를 안은 내 팔로 세은이의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소리도 내지 않고
어깨도 들썩이지 않으며
볼을 타고 흘러내려와 내 팔을 적시는 눈물은
마치 내 심장을 뚫는 것만 같았다.
“미안해, 미안해”
“........”
“선생님이 바보다. 선생님이 나쁘다.”
“........”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너무나 어리석은 못난 선생인 나는
속 깊은 어린 제자의 용서를 빌며
애써 울음을 그치려는 세은이를 품에 꼬~옥 안고 있을 수밖에.......
한참을 지나 눈물을 닦고 씨~익 웃는 세은이의 얼굴을
난 차마 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어린 제자의 아픈 곳을 건드려 울리기나 하는 못나고 어리석은 교사이기에
<홈페이지에서 세은이와 주고받은 편지>
-세은이는 나를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 해서 그렇게 하도록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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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은아!
오늘 아침에
선생님이 세은에게 실수 한 거 미안해.
선생님은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세은이는 속상했지?
미안,
다시 한 번 사과할게. 용서해 주렴
내일은 용인 에버랜드에 가는 날이지?
오늘 준비물 잘 챙기고
내일 아침 약속 시각 잘 지켜서
약속한 장소에 나오도록 해라.
그리고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세은이를 사랑하는 선생님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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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봐도 이쁜 우리 엄마!
엄마, 오늘 실수 한 거 다 잊고
이제 즐거운 공부해요.
아까는 많이 속상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그리고 내일 에버랜드 가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짧지만 얼굴 활짝 펴고 웃어요.
왜? 그럼 모두가 잘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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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속 깊은 나의 어린 제자의 편지를 읽으며
아무리 생각해도 솔직히 오늘의 나의 행동은 나도 이해하기 힘들다.
‘어쩜 그런 실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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