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친구야!(여자만)

지리산에 여자만 푸른 물결을(2009.06.20~21 서울, 동부 모임)

pjss 2009. 6. 23. 09:59

 

 

 

2009년 6월 21일 일요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지리산 자락에서의 우리 만남을 위해

몇 날 며칠을 우린 또 그렇게 잠을 설쳤나보다.


기나긴 기다림이 있었기에

우리의 만남은 더욱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평소에 안구 건조가 심해 각막을 보호하는 렌즈를 끼고 사는데

그놈의 렌즈가 가끔씩 말썽을 일으키곤 한다.

친구들 만나기로 약속을 정한 그때부터

친구들에게 예쁜 모습 보이고 싶은 마음에

탈이 잘 나는 눈이 일찍부터 걱정이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몇 날 밤을 설친 탓인지

모임에 가기 하루 전부터 눈에 탈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부랴부랴 일주일 밖에 끼지 않는 렌즈를 바꿔 끼고 주사 맞고 약 먹고

지리산으로 향했지만 어느새 눈은 빨갛게 충혈 되고 말았다.


나의 안과 진료 때문에 한 시간을 늦게

강생, 영수, 제칠이와 함께 순천에서 출발하여

지리산으로 향하고 있는데 총무 점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를 기다리기가 지루해서 성삼재에 다녀오겠다고

아니 성삼재까지 다녀오려면 두 시간은 족히 걸릴 텐데

이 보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두 시간을 또 연장시킨단 말인가?

아무리 기다리라 해도 막무가내여서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천은사 주차장에서 만나 함께 가면 되겠다 싶어 전화하니

이심전심이라더니 친구 점자도 같은 생각을 말하였다.


4차선 도로에서 2차선 도로로 막 접어드는데

고려투어 버스 한대가 우리 앞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혹시나 하고 전화를 했더니 그 보고 싶은 친구들이 타고 있는 버스란다.

차를 세워 놓고 버스에 오르니 아, 이게 얼마만인가?

삼십년하고도 오년의 흔적이 무색하게도 어릴 적 모습들을 그대로 간직한

친구들의 모습이 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야, 좋~~다!!”

“친구야, 이게 얼마만이던가?”

“넌 어디에서 사는 거니?

“넌 무얼 하고 사는 거니?

“야, 넌 하나도 안 늙었다.”

“너도.......”

“옛날 모습이 그대로야, 살도 안 찌고”

“야, 키도 많이 컸구나.”

“어쩜 그렇게 예뻐졌니?”


여전히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기며 멋을 부린 창동이,

넉넉하고 인심 좋은 아저씨가 되어 있는 문종이,

넘치는 입담을 주체 못하며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병노,

장난기 많은 거슴츠레하던 두 눈이 여전하던 성옥이,

넉넉하던 몸매가 홀쭉이로 변해버린 용만이,


익살스런 장난꾼 순길이는 어느새 사모님의 면모를 갖추었고

세월이 비켜갔는지 아직도 동안의 모습을 간직하며 귀여운 미모를 자랑하는 순자,

달리기 선수였던 쌍님이는 운동으로 단련된 듯 건강미인이 되어 있고,

감수성 예민하여 말도 잘 걸 줄 알았던 영진이는 절제된 중년이 되어 있었다.


왕년의 마라톤 선수의 기량은 달리다 보니 대머리 되어 버렸다며 익살을 떠는 관종이,

보는 사람마다 나를 알아보겠느냐며 코 옆의 점을 상기시키는 관진이,

친구들을 고루 잘 사귀어 안테나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언니같은 문숙이,

남친들에게 인기 많았다는 미정이는 여전히 다소곳한 여성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잠 안자고 날밤 지새겠다며 새벽 다섯 시까지 깡다구를 드러내던 경희의 예쁜 눈웃음,

서울 회장님답게 흰 바지에 멋 부리고 나타나 세심하게 하나하나 챙겨주던 자상한 중환이,

든든한 오라버니처럼 말없이 자리를 지켜주던 호진이,

귀신이야기를 잘해주던 개구쟁이 모습이 다부진 중년으로 변한 재근이,

여성스러움 담뿍 간직 한 채 수줍은 듯 곱게 지은 미소가 아름다운 정의,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촌스러운 이름으로 나와 많이 닮은 점순이,

조용하기만 하면서도 정을 담뿍 안은 눈길로 한 명 한 명 우정을 확인하던 성심이

공부벌레가 천하제일의 춤꾼(?)이 되어 좌중을 놀라게 한 삼숙이

나이는 어디로 먹었는지 S라인 몸매를 자랑하는 육남이,


남도의 친구들을 보기 위해 그 먼 길을 마다 않고

버스로 승용차로 달려와준 스물 두 명의 친구들!!

아, 이게 얼마만이던가?

서로 부둥켜안고 볼을 비벼도 그동안의 그리움이 삭혀지질 않았다.


불철주야 모임을 위해 헌신하는 회장님 태영과 총무님 점자,


오직 친구를 보기위해 바쁜 모내기철에 농사일 버려두고

고향의 정이 담뿍 담긴 동강 막걸리를 들고 와서 정을 나눈

고흥에서 온 제칠, 완석, 기동, 원종, 정옥


언제나 회장님을 말없이 도우며 자리를 위해 헌신하는

성종, 성택, 재백, 창우 여수 친구들,


내가 빠지면 누가 지키랴!

스스로 나서서 돕는 순천의 강생, 광득, 순이, 미연,

현숙, 필석, 영복, 남종, 종훈,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 몸에 배인 형숙의 첫나들이,


늘 그만큼의 그 자리에서 조용하고 말없이 모임을 따라주는

광양의 진상, 하길,


모임 때마다 애를 태우며 참석하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자칭 생색내는

광주의 은심, 인심, 정란, 길순, 혜연, 다섯 공주와

수락폭포에서 웃통 벗고 물을 맞던 혈기 왕성한 옥수, 그리고 귀종, 용식,

멋지게 늙어가며 여성의 눈길을 한눈에 받을 것 같은 모임에 첫선을 보인 평옥이,



친구들 한 명 한명의 열과 성이 모아졌기에

우리의 만남은 더욱더 의미 있고 뜻 깊은 게 아니었을까?


날짜를 잡아 놓고부터 걱정하던 날씨!

많은 비가 내리겠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또 얼마나 많은 염려를 했었던가?

그런데 우리의 애타는 그리움은 하늘마저 감동시켜

내리는 빗줄기를 서성이게 만들었고,

우리 쉰여섯 명의 열기는 중천에 걸린 구름을

위로 위로 밀어 올리며 지리산 자락에서 그렇게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친구들아!

이 얼마나 좋던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영화제목이 저절로 떠오르는

그 열기, 그 분위기를 우리 그대로 이끌어

동강중학교 6회 동창 친구들 모두가 모이는 그 날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더 내 디뎌 보면 어떨까?


보고 싶은 사람은 만나야 한단다.

반가운 얼굴을 한 명 한 명 떠 올리며

이제 몇 달은 배부를 것 같더니

벌써 또 다시 보고 싶어 그리움으로 배고프기만 하다.


여자만 푸른 물결 출렁이는

우리의 모교 동강중학교 운동장에서

우리 모두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며

한바탕 잔치를 벌일 그 날을 기대하며

친구들 모두의 안녕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