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친구야!(여자만)

싱그러운 봄비 되기를 소망하며

pjss 2008. 7. 29. 10:09

 

 

 2008년 7월 27일 일요일

 

싱그러운 봄비 되기를 소망하며


이번 여름 피서 모임은 우도에서 하기로 했었다.

난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우도 주민들이 한창 바쁜 철이라서

우도에서 유흥을 즐긴다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는 운영진의 의견이 있어서

팔영산 자연휴양림에서 모이기로 하였다.


총무 점자가 많은 친구들의 불참으로

추진 의욕을 잃고 마음 상해하기는 했지만

드디어 날씨도 화창한 모임 날이 밝았다.


마침 우리 학교 아이들의 한자능력급수시험 때문에

준비과정에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였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미연이와 난이가 도움을 주었단다.


아침 일찍 은상이의 수영복과 튜브를 챙겨서

팔마체육관에 가니 점자는 아직도 덜한 준비에 바쁘고

난이가 한 보따리를 챙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생, 난이와 함께 필석이의 차를 타고

팔영산으로 향하는 길에

삶에 있어서 약속 시각을 지키는 것과

상대방에게 주는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필석이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태영이와 성종이가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어제부터 애를 쓴 덕분에.

우리의 모임자리는 휴양림에서 가장 좋은 자리였다.


광득이가 병어를 준비하였다며

성종이가 숙달된 솜씨로 썰어놓는데

난 태어나서 그렇게 큰 병어는 처음 보았다.

초장에 찍어서 입안에 넣으니

얼음처럼 스르르 녹는 맛이 그만이었다.


태영이는 친구들의 보신을 위해

보양식으로 염소고기를 준비하였단다.

알맞게 삶아진 수육을 가스렌지 위에 올려

부추와 함께 데워서 먹는데

구수하고 쫀득한 고기 맛에

올 여름 더위쯤이야 거뜬할 것 같았다.


광주에서 8시에 출발하여 왔다는 귀종이,

일주일여 전부터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현식이,

예쁘고 깜찍한 손녀딸을 데리고 온 제칠이를 비롯하여

계선, 기동, 원종, 순이, 남종, 종훈, 병노, 진상, 완석

그리고 부산에서 날아온 이뿌니 영옥이까지

그렇게 스물세 명의 친구들은 팔영산에 모여

서른다섯 해 전의 중학생 시절로 돌아가 회포를 풀었다.


술이 한 잔 들어가니 애교심이 강한 현식이는

동강중학교 교가를 부르자고 하여 모두 입을 모아

‘두방산 줄기찬 약진의 기상~~♪ ♬’

교가를 합창하기도 하고,

광득이가 점암면 이웃에서 빌려온 덕석 위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며 윷놀이도 하고,

또 몇몇 친구들은 팔영산에 오르기도 하며

서로의 우정이 꽃 피워 오를 때

은상이를 수영장에 데리고 가느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 가득하였다.


휴양림 자락에서 시작하여 팔영산 여덟 봉우리를 감고 돌아

저 멀리 여자만 물결 되어 퍼져나가는 우리의 우정이,

한차례 쏟아지다 그치는 한 여름의 소나기이기보다는

소리 없이 내리지만 영혼까지 촉촉이 적시는

그래서 모든 생명에게 힘이 되고 희망이 되는

싱그러운 봄비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의 만남에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