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을 성직으로 여기는 사회풍토 조성을
1996년 5월 29일 수요일 <광주교대 신문 제297호> 현장의 소리
박점숙 / 순천연향초 교사
지난 3월 초 학교운영위원회를 조직하기 위해 학부모들에게서 학부모위원 희망서를 받았다. 우리 반에서는 민주(가명)의 아버지께서 희망을 하셨기에 학부모위원에 결격사유가 있나 알아보기 위해 민주의 집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3월 말경 민주의 어머니께서 학교에 나오셔서는 민주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선생님, 실은 선생님께 사죄할 일이 하나 있어요.”
하시는 것이었다.
“아니, 무슨 일인데요?”
깜짝 놀라서 묻는 나에게 민주의 어머니께서는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무렵이 되자 학교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 컸었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는데 들리는 말마다 걱정스럽게도 부정적인 이야기뿐이었어요. 그래서 아이를 입학시켜 놓고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집으로 전화를 하셨어요. 마침 그날 우리 집에서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시내 여러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와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이것저것 물으시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너, 아직도 민주의 담임한테 안 갔니? 전화한 것 보니까 다 가고 몇 명 안 남은 모양이다. 어른 싸다 줘 버려라.」하는 거였어요. 제가 그날 선생님한테 실망을 한 것은 물론이고 「그러한 선생님한테 어떻게 아이를 맡길까?」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지난 번 학부모회의 때 촌지를 안 받는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또 그것을 실천하시는 것을 지켜보며 잠시나마 선생님을 욕되게 했던 것이 너무나 죄송해서 이렇게 사과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하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무엇이 이토록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두터운 불신의 벽을 쌓아 버렸을까?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부패와 부조리가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되어 선진국을 향한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이 때, 지난 반세기의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교육이 공이 지대했듯이 현시대의 부패구조를 극복하고 세계속의 대한민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 시점에서 교육의 주체자인 교사와 학부모의 상호 신뢰는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나,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현대인들의 의식, 우리 아이만큼은 절대 기를 살려야 된다고 벼르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담긴 촌지를 거부하지 못하는 교사가 존재하는 한 교사-학부모간의 불신의 벽은 점점 더 두터워질 뿐이다.
교육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국가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사들 스스로가 열악한 교육조건에 굴하지 않고 뜨거운 사명감으로 소명을 다하는 교사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서 교직을 성직(聖職)으로 여기는 사회풍토가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각계에서 자성의 소리가 높아져 촌지 안 주기 운동을 벌이는 학부모, 촌지 안받기 운동을 벌이는 교사의 모임은 물론, 학교장의 경영의지에 위해 촌지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실천하는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학부모-교사 간 불신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는 촌지의 근절이 학부모의 각성이나 학교장의 경영의지에 의해서보다는 교사의 자성에 의한 촌지 거부의 실천으로 이루어질 때 우리가 바라는 교사의 권위는 저절로 세워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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