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이해인- 안개꽃 이해인 혼자서는 웃는 것도 부끄러운 한 점 안개꽃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빛이 되고 소리가 되는가 장미나 카네이션을 조용히 받쳐 주는 기쁨의 별 무더기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마름은 숨길 줄도 아는 하얀 겸손이여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08.07.12
들길에 서서 -신석정- 들길에 서서 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不絶)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08.07.09
칠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칠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칠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노란 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08.07.08
술을 찬미하다 -이성룡- 술을 찬미하다 이성룡 너는 신의 노여움을 가장 많이 받고도 신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물질이다. 너는 나약한 저항이지만 정직한 고백이다. 슬픔을 타서 마시면 진통제가 되고 기쁨을 타서 마시면 흥분제가 되는 너는 혁명보다 많은 동지를 모으고 신앙보다 진한 중독을 전염하여 만인을 감동시킨다..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08.07.04
흘러만 가는 강물 같은 세월 -용혜원- 흘러만 가는 강물 같은 세월 - 용혜원 - 흘러만 가는 강물 같은 세월에 나이가 들어간다. 뒤돌아보면 아쉬움만 남고 앞을 바라보면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인생을 알만 하고, 인생을 느낄 만 하고 인생을 바라볼 수 있을 만 하니 이마엔 주름이 깊게 새겨져 있다 한 조각 한 조각 모자이크한 듯한 삶 어떻..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08.07.03
사랑을 묻는 당신에게 -정채봉- 사랑을 묻는 당신에게 정채봉 사랑은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고 오르는 탑 한꺼번에 점프할 생각은 아예 마셔요. 아무리 사랑에 목마르고 배고파도 서두르지 마셔요. 사랑은 밥 짓는 것과 같아요. 쌀을 씻고, 앉히고, 열을 들이고, 뜸을 들이고...... 속성의 밥은 문제가 있기 마련입니다.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08.07.02
이순 간 -피천득- 이 순간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문화 산책/시의 향기 2008.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