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책의 향기

나의 살던 정겨운 집을 떠올리게 한 그림책 '나의 사직동'

pjss 2012. 2. 18. 22:12

 

 

2012년 2월 18일 토요일

 

 

나의 살던 정겨운 집을 떠올리게 한 그림책 '나의 사직동'

 

 

‘두근두근 그림책’ 두 번째 모임

‘나의 사직동( 한성옥 글, 김서경 그림)’ 그림책에서

담쟁이 넝쿨로 덮인 예쁜 집의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도시 재개발로 인해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 밴 마을과 정든 집을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옮겨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한 폭의 그림 같던 어릴 적 나의 집이 떠올랐다.

 

나의 집은 초가지붕에 툇마루와 토방을 가지고 있으며

토방 아래 낙숫물 떨어지는 지점을 조금 벗어난 마당가의 화단에

칸나며 국화, 백일홍, 봉숭아 등이 피어나고 있었다.

텃밭을 가꾸느라 그리 넓지 않은 마당엔

비가 오면 딛고 건넜던 징검돌이 놓여 있었으며

텃밭을 둘러싼 울타리엔 채송화며 맨드라미, 코스모스도 피어났었다.

동쪽 사철나무 생물타리엔 개복숭아 나무가 한 그루 있어

봄철 한 때 나의 어깨를 으쓱거리게 했으며

유난히 딸 셋을 사랑하신 울 아버지는

그 울타리 틈새로 우리 세 자매가 학교 가는 모습을 내다보시곤 하셨다.

뒤안으로 돌아가는 서쪽 담 안에는 측백나무가 지붕보다 높게 자라고 있어

겨울철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추운 바람과

여름날 오후의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남쪽 마당가를 빙 두른 흙담에는 담쟁이 넝쿨이.....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에

양계장을 짓느라 텃밭이 사라졌고

여름 날이면 마당을 가득 메운 잡초를 버거워하시던 

부모님은 마당도 시멘트로 발라버렸으며

대학 2학년 때 초가는 스렛트로 그 다음 기와지붕으로 바뀌어

그 정겹던 풍경들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 후로 언젠가 광주 가는 길에 화순을 지나면서

담쟁이 잎사귀로 덮인 병원 건물을 발견하고는

우리 집 흙돌담에 기어오르던 담쟁이 넝쿨을 떠올리곤

나도 이 담에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나의 사직동’ 그림책에서 담쟁이 넝쿨 집을 마주하며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릴 적 내 집의 풍경을 떠올리니

그 조그마한 마당에 아기자기 피어나던 꽃이며 채소들의 정다운 이야기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여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지금은 편리한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내 마음 속의 동경으로 남아 있는 그림 같은 집을

언젠가 짓게 될 때는

나의 어릴 적 나의 부모님이 내게 선물하셨던

그 아름답던 집을 꼭 생각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