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책의 향기

인문고전 읽기 독서교육의 노하우는 내 자신의 심장 속에- 리딩으로 리드하라-

pjss 2011. 8. 2. 10:02

 

 

 

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이다. 아마 그때도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고전읽기 열풍이 일었는지 우리 학교에도 고전읽기부가 생겨났다. 나는 담임선생님께 선택되어 도서실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면사무소에 다니는 아빠를 둔 친구 집에서 친구의 눈치를 보며 읽은 ‘소년중앙’과 그의 부록인 ‘만화 보기’가 독서이력의 전부였던 나는 갑자기 내 앞에 던져진 ‘그리스 로마 신화’나 ‘로빈슨크루소’가 한없이 어렵기만 하여 읽으라는 책은 읽지 않고 도서실의 긴 책상과 의자 사이를 기어 다니며 장난만 치면서 시간을 보내다 고흥군 자유교양대회에서 보기 좋게 낙방(?)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때 내가 고전 읽기를 열심히 하였더라면, 그래서 인문고전 독서생활이 지속되었 더라면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까?’

 

갑자기 맹장염 수술을 한 친구의 병문안을 갔다가 병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지성님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 안으로의 물음과 아쉬움을 그칠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역사적인 천재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죤 스튜어트 밀 등이 나오는데 평범하고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된 까닭은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인문고전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양대 대기업의 창업주인 이병철과 정주영 회장은 출신성분은 달랐지만 인문고전 독서를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인문 고전은 개인, 가문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힘을 지녔다고 역설하는 저자는 우리나라 대학도 한 때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인문고전 독서에 열심이었으나 미국의 빈자계급에 실시할 목적으로 만들어 실제로 오늘날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시행중인 교육과정이 그대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인문고전 독서교육의 전통은 사라졌다고 한다. 만약 인문고전 독서의 열풍이 우리나라의 대학에서 그대로 유지되었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운명은,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수준은 어떻게, 얼마만큼 변화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인문고전 저자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실시한 교육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가 깊은 대화를 통해 지혜와 진리를 터득하고 발견해 가는 교육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두뇌를 갖고 싶다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위대한 고전을 집필한 인류의 스승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깊은 정신적 대화를 하기 바란다고 말한다.

 

그럼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가장 잘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 대답도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한다. 부모나 교사가 최소한 1년 이상, 다섯 권 이상의 인문고전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제대로’ 읽으면 된다고. 즉 인문고전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이해해보려고 매일 발버둥치고, 매일 30분 이상 노트에 성실히 필사하면서 두뇌가 변화하는 경험을 손톱만큼이라도 해보면 된다고. 그러면 누구나 저절로 교육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어 아이를 천재로 키우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인문고전 독서의 본질을 놓친 채, 안 그래도 공부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기쁨이라고는 전혀 없는 기계적인 인문고전 독서를 강요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나도 초등학교 6학년 그 시절에 담임선생님께서 책만 던져주며 도서실에 가두어 두지만 않고(?) 올바른 독서방법으로 지도해 주셨더라면 고전 읽기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을까? 그리하여 그 때 내게 두뇌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면 역사적인 천재가 되지는 못 하였을지라도 지금의 나보다 훨씬 깊이 있고 넓게 사유하는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인문독서교육의 본질은 두뇌의 혁명적인 변화인데 그것은 독서교육의 틀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교육자의 열정과 사랑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저자의 말을 가슴에 새겨야 했다.

 

인문고전 읽기 교육의 성공여부는 교육자 자신이 얼마만큼 치열하게 책을 읽었는가, 교육자가 아이에게 인문고전 읽는 기쁨을 전달해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교육자가 얼마만큼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최고의 인문고전 독서교육의 노하우는 교육자 즉, 나 자신의 심장 속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깊이 깨달으며 나의 인문 고전 독서계획을 세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