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나의 이야기

외롭고 씁쓸한.....

pjss 2011. 5. 19. 16:47

2011년 5월 18일 수요일

 

외롭고 씁쓸한.....

 

 

같은 말이라도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난 늘 부드럽지 못한 말투와 격앙된 목소리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늘 같은 말을 하면서도 조용조용하고 여유롭게 또는 완곡한 전달법으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그런데 오늘 또 내가 일을 내고 말았다.

 

오늘은 우리 학교 수업공개가 있는 날이다. 도덕과 수업장학요원인 6학년 선생님이 도덕과 수업공개를 하였다. 다양한 도덕적 상황을 통한 도덕적 판단력을 높이는 지도 방법이란 주제로 법과 규칙을 지키는 일과 관련하여 깊이 생각하고 바르게 판단하기라는 학습목표를 가지고 수업을 하였다.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일과 관련하여 학급에서 정해진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개인의 사정에 의해 규칙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놓고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토론 수업을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규칙을 지켰을 때의 장점과 단점, 바꾸었을 때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가며 규칙을 바꿀 때에 고려해야 할 점까지 얘기를 나누고 수업의 마무리에 형성평가와 이 시간의 수업을 마치며 소감을 듣는데 아이들은 하나같이 자료에 대한 얘기만 하고 말았다.

 

난 이 수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을 모르는 아이들과 토론 수업하기를 기피하는 교사가 이 수업을 계기로 토론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며 공부하면 참 좋은 협의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협의회에 참석을 했는데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교사들은 한결 같이 말하기를 기피하고 아주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잘했니, 못 했니 하고 있는 것이 답답하였고, 어떻게든 형식적으로 협의회를 진행하며 얼른 끝내려고만 하는 태도가 못마땅하였다. 그래서 잘한 점부터 얘기하며 부드럽게 얘기를 풀어가야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나도 모르게 딱딱하기 그지없는 어투로 진지하지 못한 선생님들의 태도를 지적하며 아이들이 어떨 때 규칙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규칙을 바꿀 때는 어떤 점이 고려되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보다는 친구들의 얼굴이 나온 자료만 재미있었다고 말한 오늘 수업은 수업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실패한 수업이라는 내 말에 순간 협의회장은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토론 수업을 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내 의견에 우리 학교 아이들의 수준이 토론 수업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란다. 그럼 아이들 수준 때문에 우리는 토론 수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인가? 주제에 대한 찬, 반을 물어 보았으면 왜 찬성하는지, 왜 반대하는지 질문을 하며 교사가 아이들이 정확한 근거를 대가며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하며 토론의 흉내라도 내면서 규칙을 바꿀 때 고려되어야 할 점도 아이들의 생각을 통해 나왔더라면 수업의 소감을 말할 때 오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은 젊은 교사들이니 아이들의 수준과 교육현실을 핑계 대며 포기하기보다는 어렵고 힘들지라도 시도해 보려는 열정을 가진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협의회 분위기 때문에 이러한 나의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지 못하고 협의회가 끝났다.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교사들은 서둘러 체육관으로 가고 난 혼자서 덩그마니 협의회 장에 남아 부족했던 나의 화술에 또 한 번 자책하며 허탈했다. 좀 더 부드러운 말투였다면, 좀 더 완곡한 표현이었다면 그처럼 싸늘하게 분위기를 식혀버리지는 않았을 텐데.... 생각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 못한 채 그 순간 나의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내뱉은 말로 인해 상처받았을 수업자 선생님께 미안하고 경력 교사로서 좀더 성숙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고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늘 이토록 자주 반복되는 나의 반성과 달리 늘 그 자리에서 머물고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한없이 싫다.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그렇잖아도 반은 투명인간인데 이제 더 확실한 투명인간이 될 것 같은 좋지 않은 예감까지 들면서도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가르치는 일에 대해 고민하며 함께 밤을 지새우면서  얘기 나누고, 실천하고 또 얘기 나누는 그러한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게 한없이  외롭고 씁쓸하다.

 

 

 

'가족 그리고 나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친구 점숙이...  (0) 2011.06.15
시인 '도종환 선생님'을 만나고  (0) 2011.06.02
허어~참, 이거 원!  (0) 2011.03.29
이를 어쩌누?  (0) 2011.03.22
남해의 아름다운 섬 거금도로  (0) 201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