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까 말까 몇번을 고민하다가 쓴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별반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적이면서도 진부한 내용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올초에 교단일기를 써야지 굳게 다짐을 했었다. 그것도 올해의 주요 정책으로 말이다. 매년 올해는 무엇을 꼭 해야지 다짐을 하곤 했고 그것들 대부분 잘 지켰다. 그런데 교단일기는 3월을 넘기지 못했다. 학교일이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겠고 이 책이 증명하듯 뻔한 핑계이기도 하겠지만 쓸 시간이 없었다.
이 책은 갓 발령을 받은 문지현 선생님과 교육경력 25년의 박점숙 선생님의 교단일기다. 거창한 제목에 비해 내용은 평범하다. 그래서 더 정겹게 다가오기도 하고 더 따갑게 다가오기도 한다. 문지현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내 초년시절을 그리워 해보기도 했고, 박점숙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는 나도 저때까지 가야할텐데 걱정도 해 봤다. 때론 웃기도 했고, 때론 감동적이면서 때론 생각도 했다.
"발표자가 발표를 마치고 나면 나는 발표 내용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 교사가 되풀이해 주면 아이들이 발표자의 말에 경청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p.67 문지현)
"아이들이 힘든 만큼 나도 꼭 몸으로 겪어 봐야 할 것 같다. 혹시라도 벌을 남용하지 않도록"(p.81 문지현)
"아이들이 잘못을 했을 때는 목소리를 낮추고 또박또박 말하곤 한다. 내가 흥분해서 화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지적하는 것으로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p.82 문지현)
"물건 하나 치우지 않고 어질러진 상태로 몸만 훌쩍 가 버린 교실을 만나면 속이 상한다."(p.141 박점숙)
"나는 교과공부만 공부가 아니라 우리 학교생활 하나하나가 공부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한다."(p.153박점숙)
"부모들의 과잉보호로 점점 나약해져 가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생활력과 여럿이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의 바른 태도를 길러 주고 싶다는 이야기와 무엇보다도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스스로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공정한 대우를 할 것을 약속했다. 또 부모님께서도 자녀들의 바른 생활 습관 형성을 위한 여러가지 학급운영에 대해 관심을 보여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말씀과 부담감 없는 교사와 학부모 관계를 만들어 가자고도 했다."(p.156 박점숙)
"난 해마다 이날이면 이렇게 혼자 한없이 외롭다"(p.229 박점숙)
늘 그렇듯 올해도 '10월의 위기'(매년 10월이면 아이들과 전쟁을 치른다. 아이들을 조금 덜 잡는(?) 편인 나는 10월이 되면 잡지 못함으로 인해 초래되는 아이들과의 관계 때문에 늘 힘들어 한다.)를 맞았다. 많이 힘들고 짜증도 많이 내고 눈꼬리 올라가고 하는 시기에 이 책을 읽게 되어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이라도 아이들에게 조금 너그롭게 대하려 노력할 수 있었다. 힘든 시기에 보약과 같은 이야기였다.
"내년에 교단일기 다시 시작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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