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박점숙 전남 고흥 남양초등학교 교사
마르틴 부버는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만남을 통해 인격을 완성해 간다. 흐르는 물이 새로운 길을 만나면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다양한 모습과 소리로 흐르는 것처럼, 우리들 교실에서도 해마다 새로운 교사와 아이들이 만나 그 개성과 특성에 맞는 활동으로 새로운 빛깔의 삶을 이뤄나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새 학년을 맞이하는 3월이 되면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올해는 무엇을 해볼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밤잠을 설치게 된다.
‘좀 더 열심히 가르쳐야지’, ‘좀 더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해줘야지’ 지난해에 대한 반성과 새 학년에 대한 각오로 첫 만남을 준비하는 담임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듯이, 첫날 빛나는 눈빛으로 숨을 죽이고 교사를 바라보며 ‘좋은 선생님’을 기대하는 아이들의 설레는 마음 또한 한결 같으리라. 그렇다면 아이들의 또랑또랑 반짝이는 눈망울에 담임은 어떤 선물로 화답해야하는 걸까?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준비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새로운 아이들과의 만남을 위해 아이들과 더불어 이루어낼 학급운영 목표를 세우고, 학부모를 배려한 가정 통신을 준비하며, 첫날 해결해야 할 과제와 담임 소개를 어떠한 방법으로 할 것인지 정하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루어 낼 학급운영 목표는 학교나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1년 동안 담임과 아이들이 도달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담임의 적성에 맞지 않은 것에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고 학급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아이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행동 변화라고 볼 때 아이들의 행동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아이들 자신이다. 새 학년, 새 교실, 새 친구, 새 선생님을 만나는 아이들은 첫날 맞이하는 담임선생님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 온갖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이때 교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마디로 새 학년에 대한 성취적 동기유발을 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옷이 바르게 입혀지듯이 첫날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한 학년의 성패를 좌우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여러분, 오늘 이 시각 이 자리에서 여러분은 나와의 관계로 새롭게 태어나는 거예요. 이제 여러분은 나와 함께 새 학년의 막을 올리고 새롭게 펼쳐진 새 학년의 무대에서 열심히 생활해 보는 것이에요. 나는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원자가 될 것이며 여러분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겠어요. 선생님은 여러분의 지금 이 모습과 앞으로 여러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어요. 여태껏 여러분 자신이 누구였으며 무엇을 해왔는지보다 이제부터 어떤 사람이 되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세요. 내가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지금부터 최선을 다하세요. 사람들은 흔히 최고가 되고 싶어 합니다. 누구든지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 배우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최고가 가치 있는 까닭은 최고를 향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여러분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세요."
지나온 시간을 잊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말에 아이들은 새로운 기대감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게 되고 좀 전과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교실에는 다소 긴장감마저 흐르며, 실패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의 새롭게 태어나고 싶어 하는 의지로 불타는 눈빛은 교사로 하여금 방금 한 말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첫날부터 하나하나 바르게
나는 자세를 바르게 하는 법에서부터 글씨를 바르게 쓰기, 책가방 정리하기, 신발 바르게 넣기 등 일상적인 생활지도를 이때부터 시작한다. 무엇이든지 잘해 보겠다는 의지로 눈을 반짝거리며 빛내고 있는 그 순간에 공책에 자를 대고 연필을 바르게 세워 선을 긋는 것부터 직접 시범을 보이며 반듯하게 긋도록 하고 칠판에 직접 써 보이며 바른 자형으로 글씨를 쓰도록 세심하게 지도하면 모든 아이들은 새 선생님에 대한 기대감과 잘 해보려는 욕심으로 부풀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 어느 때보다도 심혈을 기울이며 따라하게 된다. 이때 한 명 한 명 돌아보며 교사 자신이 깜작 놀랄 정도로 모두들 자세도 바르고 글씨를 바르게 쓰며 잘하고 있다고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면 아이들은 의기양양해지고 그동안 삐뚤빼뚤 날려 쓰던 글씨 습관을 첫날부터 바로 잡을 수가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교사의 통제나 지시가 없어도 아이들 스스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 대부분의 요즈음 아이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힘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무엇이 바른 행동이며 태도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학년 초에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하나하나 바르게 지도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유머감각이 풍부하고 자신들을 이해해주며 사랑해주는 교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행동의 바람직한 변화를 도와주는 교사를 신뢰하게 된다. 그것은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신뢰가 바탕이 된 교사와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의 관계는 한 해 동안 학급운영을 해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학부모의 관심을 교실 안으로
그러므로 학년 초에 학부모들의 관심을 교실로 끌어들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무언가를 이루려고 할 때 학부모의 전폭적인 지지가 더해진다면 그 효율성은 배가 되기 때문이다. 첫날부터 학급운영계획을 알리는 가정통신을 보내고 매일매일 학급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며 학급 홈페이지나 알림편지를 통해 학급운영의 내용을 알려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할 때 아이들 또한 교사를 믿게 되고 그 믿음이 전제 되었을 때 아이들의 행동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교육은 학교, 사회, 가정이 삼위일체가 되어 이루어질 때 그 효과가 가장 높다고 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의 물결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과 학교보다는 사교육에 의지하는 학부모들이 많은 현실에서 교육적 관심을 교실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또한 우리 교사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으로 실천을
흔히 학년 초에는 누구나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다짐하며 거창하게 학급 운영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러나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며칠 또는 몇 달 못가서 실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너무나 많은 백화점식의 학급운영계획을 세웠다든지, 교사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아이들의 바른 습관 형성을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정해진 규칙과 약속을 꼭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며 주어진 일감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완수할 수 있도록 점검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항상 자극적이고 즉흥적인 대중매체에 노출되어 있는 요즘의 아이들은 자칫 반복적인 일상이 되풀이 되는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기 쉽고 더구나 하나의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배우며 실천하고 변화되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늘 고민해야한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생활에서 조금만 방법을 바꾸어도 아이들은 새롭게 받아들이며 환호하고 어느 순간 자신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맛본다든지 자신도 모르게 달라져 있는 행동의 변화를 알아차리게 되면 교사가 추구하는 아이들의 자율성은 길러지게 되는 것이다.
새 학년이 된 첫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자극하며 성취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사가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지속적인 실천을 도우며 아이들의 변화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칭찬을 아끼지 않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때 한 해의 학급운영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새 학기 첫 만남 준비사항
학급 운영 목표 세우기
학부모를 위한 가정 통신문 준비하기
첫날 해결해야 할 과제 준비하기
담임을 어떤 방법으로 소개할지 구상하기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 준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