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8일 목요일
하루에도 두 번씩이나~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려는데 지은이가 발걸음을 제지하며 잠시 기다리란다.
“선생님, 잠깐만요!”
“왜?”
“그러니까요.”
“그래, 알았어.”
‘무슨 꿍꿍이지?’
싶으면서도 기다리고 있으니
“선생님, 눈 감으세요.”
이제는 눈까지 감으라더니
눈을 감고 서 있는 내 손에 쥐어주는 딸기 주스 한 병!
“이거 어제 할머니가 집에서 갈아주셨어요.”
“이거 할머니가 주신 거 아니지?”
“네.”
“그냥 네가 가져온 거야?”
“네.”
“너는 먹었니?”
“네, 어제 저녁에요.”
“그럼, 오늘 아침에는 안 먹었네?”
“네.”
“그럼, 우리 지은이와 선생님이 나눠 먹자.”
“네.”
작은 섬마을에선 귀하디귀한 딸기 주스 한 병!
지은이에게 한 컵을 따라 주고
옆에 있던 동료교사와 조금씩 나누어 맛을 보았다.
예쁜 지은이의 사랑이 듬뿍 담긴 달콤한 딸기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더니
오후엔 타지 연습을 하던 지은이가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이 나를 불렀다.
“선생님!”
“21일이 부부의 날이잖아요?”
“응.”
“그런데 부부의 날 옆에가 소만이라고 적어져 있어서 저는 소들만 부부의 날인지 알았어요.”
“응?”
“.......”
“푸하하하하~”
귀여운 우리 지은이가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의 21일 날짜에
<부부의 날 ><소만>
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소들만의 부부의 날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래, 그러기도 하겠다.’
싶으면서도 어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어서 어찌나 우습던지.......
단 한 명뿐인 우리 반 학생 지은이!
하지만 이렇게 하루에도 두 번 씩이나
감동을 주었다 웃음을 주었다 하는 우리 지은이 덕분에
나는 오늘도 최고로 행복한 교사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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