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3일 금요일
애향심
고향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애향심이라 한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 가지일지라도
고향을 사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
자신의 이름을 드높여 고향의 명예를 빛내는 사람,
정치에 입문하여 고향을 위해 일하는 사람,
고향의 후배들을 위해 교육을 하는 사람,
고향의 맛을 지켜가는 사람,
고향의 문화를 전수하여 지켜가는 사람 등등.......
개천절인 오늘은 전남 교과연구회 수업공개가 있는 날이다.
난 우리 세 자매의 부부가 모여 친정 집 도배를 해야 했지만
모처럼 수업 연수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출장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 일찍 남편과 은상이를 친정에 내려 주고
수업 공개 장소인 고흥동초등학교로 향했다.
고흥동초등학교에는 전남에서 한 쪽에 치우쳐 있는 고흥에서
공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참 많은 교사들이 수업공개에 참석하여
전남 교사들의 수업연수에의 열정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국어과 공개 수업을 참관하고 협의회를 마친 후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모처럼 나의 고향을 찾은 친구들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고흥의 자랑거리를 생각하다
고흥종합문예회관에 자리 잡고 있는
‘꽃과 영혼의 화가’ 천경자 전시실로 친구들을 안내하였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전시실로 들어서는데
닫혀 진 문 앞에 ‘잠시 외출 중’이라는 안내 메모가 적혀 있었다.
메모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니
국경일이나 공휴일엔 문을 열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잠시 외출 중이 아니었나요?”
“아, 네. 거기에 보면 공휴일은 휴관이라고 적혀 있을 텐데요.”
임시로 붙여있는 메모지를 들춰보니
‘휴관일 : 국경일 및 공휴일’ 이라는 안내문구가 보였다.
“어쩌면 좋아요. 멀리에서 손님들을 모시고 왔는데......”
“제가 지금 결혼식장에 와 있어서......”
“아, 네. 그러면 할 수 없죠, 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전화를 끊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하려는데
휴대폰의 벨이 울렸다.
“저, 제가 거기까지 가려면 한 15 분쯤 걸리겠는데요.”
“아, 오실 수 있으세요? 그럼 기다려야죠.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고 5분도 안 되어 뛰어 오셔서 문을 열어주시는 그 분!
“아, 선생님이셨구나.”
“네, 저예요. 이�게 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어쩐지 전화를 끊고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 같았어요.”
“아, 제 목소리가 워낙 독특해서....... 아무튼 정말 고마워요.”
“제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근무를 하기 때문에 공휴일엔 꼭 쉬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고 싶어서 달려왔어요.”
“아, 그래요. 우리 고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은 참 의미 있는 일이지요.”
지난 번 우도분교장 아이들의 고흥읍 나들이 때
전시실을 둘러 본 것을 계기로 몇번 손님을 모시고 방문한 적이 있어서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전시실의 안내를 맡고 계신
고흥군청 공무원이 급하게 달려와 문을 열어 주면서 반갑게 나를 맞았다.
"선생님, 이런 행사가 있으면 미리 전화를 주셨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아, 그렇군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네요."
오늘 전남 교과연구회가 고흥동교에서 열렸으며
1,000 명이 넘는 전남의 교사들이 고흥을 방문했다는 말에
아쉬움을 표하는 그 분을 보며
나 또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지만
천경자 화백이 고흥 분이라는 데에 놀라고
귀한 그림을 뜻하지 않는 곳에서 보게 되어 기뻐하는 친구들과 선배님들을 보며
그 분과 같은 고향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였다.
그리고 고향을 알리는 일에 나도 일조를 했다는 기쁨과
휴일도 반납하며 전시실을 열어주신 그 분의
고향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모습과,
멀리서 손님을 모시고 왔다는 나를 배려해주는 마음에서
전해오는 훈훈한 바람으로 10월의 고향 가을이 한층 아름다운 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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