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7일 수요일
친구의 전화
“선생님, 전화 오고 있어요.”
“그래, 이리 가져와봐.”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휴대폰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
“야, 나 권숙이야.”
“그래, 알아.”
“너 이 시간쯤이면 점심시간이겠다 싶어서 전화했는데.......”
“응, 그래 점심시간이야.”
“야, 네가 보낸 문자 받고도 그놈의 큰며느리 노릇하느라고 답장도 못 보내다 이제야 이렇게 전화한다.”
“아, 그랬구나.”
“추석은 잘 쇘냐?”
“응, 너도?”
“그래”
야, 그런데 저번에 너 책 냈잖아.”
“응.”
“나 그 책 사서 읽었어.”
“그랬구나.”
“인터넷에서 사려고 했는데 내가 인터넷을 잘 못하잖아. 그래서 아들한테 해 달래가지고 샀어.”
“응, 어쩐지 책이 잘 팔린다 했더니 너희들이 사주어서 그렇구나.”
“어, 그래? 책 많이 팔렸어?”
“응.”
“그래 대박나면 좋겠다.”
“아, 무슨 대박까지야. 그래도 우리 모임 때 한 턱 낼게.”
“그래 그래라. 야, 너 책 나왔다고 점자한테서 전화 받고 얼마나 기쁘던지 아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내 친구들한테도 막 자랑하고 다녔다.”
“어머, 그랬어. 고마워."
"너 어렸을 때 정이 많았잖아. 네 책 읽으면서 그 생각이 나더라.”
“내가 그랬어?”
“그래, 그리고 넌 누가 뭐라 해도 역시 선생님이더라.”
“그래?”
“그때 바로 전화했어야 했는데 어쩐지 전화를 자주 안 해서 그런지 못하다가 이번에 네가 보낸 추석 문자를 보고 이렇게 전화 했다.”
“그래, 네 목소리 들으니 참 좋다.”
“야, 그런데 우리 모임은 언제 한다니?”
“글쎄 11월쯤에 하겠지?”
“10월이 아니었니?”
“아냐, 수능 끝나고 하기로 했잖아. 그러니 11월 하순 아니면 12월 초에 하겠지.”
“그랬어? 그래도 세월이 하도 빠르니 금방 또 가겠지?”
“그래. 보고 싶다.”
“카페에 자주 들어오고 그러지 왜 요즘 잘 안 들어오니?"
“으응, 저번에는 몇 번 들어가서 네 글이랑 일고 그랬는데 애들이 글을 잘 안 쓰더라. 그래서 늘 다른 카페에 들어가서 놀기만 한다.”
“그래? 다시 우리 카페에도 들어와.”
“그래 알았어. 야, 그래도 고향 친구가 최고지 응?”
“응, 그래.”
“또 전화할게. 잘 지내.”
“그래 너도 건강하고.......”
권숙이는 내 고향 아니 우리 동네의 죽마고우이다.
어렸을 때 유난히 싸움질을 못한 나를 잘 놀려대며 울리기도 하고
집 뒤뜰에 있는 오디랑, 앵두, 접시감나무 덕에 나에게 대장도 잘 쳐 먹었지만
나와는 소꿉놀이를 같이 하며 티격태격 쌓아온 우정이 꽤 깊은 오랜 친구이다.
지금은 멀리에 있어서
일 년에 한 번 보는 동네 친구들 모임에서나 잠깐 얼굴을 보곤 하는데
오늘 이렇게 전화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권숙이 특유의 소프라노에 약간 들떠 있는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로 전해주는 나의 책 출간에 대한 기쁨.
진정한 친구는
친구의 슬픔을 위로해주기보다도
친구의 기쁨을 함께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랜만에 전화기를 통해서 전해오는
가을햇살만큼이나 따사로운 친구의 우정에
난 오늘도 이렇게 행복감에 젖어 가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