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단일기(2008~2009)

더불어 함께 입학식 둘째 날

pjss 2008. 7. 23. 15:27

 

2008년 7월 21일 월요일


더불어 함께 입학식 둘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은

‘더불어 함께 입학식’ 로고가 찍힌 노란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버스에 올라 오마이스쿨로 향했다.

오마이스쿨은 강화도의 한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학교로서

교문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학교’ 라고 되어 있었다.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거행되는 강당에 들어가니

뒤편의 커다란 책꽂이에 책이 많이 꽂혀 있었다.

대부분의 책은 어른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퍽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이 함께 오신 부모님이나 교사들에게

꽃을 달아주면서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아름다운 재단’ 윤정숙 상임이사의 환영사에 이어

전날 저녁에 배운 ‘안녕하세요?’ 춤 공연이 있었다.

춤은 잘 추는 몇 사람을 뽑아서 추었는데

다행히 우리 세은이도 뽑혀서 앞에 나가서 춤을 추었다.

처음에는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 기회를 갖지 못한 세은이가

수줍어하며 하지 않으려고 해서 나의 애를 태우기는 했지만

막상 앞에 나가서는 신나게 춤을 추어서 마음이 놓였다.

 

 

아이들의 춤 공연이 끝나고 탤런트 한혜진씨의 특강 시간이 되었다.

한혜진씨는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살짝 들어와서는 뒷줄에 미소를 짓고 앉아있었다.

“여러분, 내가 누군지 아세요?”

“네, 알아요?”

“어디에서 나왔어요?”

“주몽이요”

“아, 네. 어제 박상원 아저씨를 모른다고 했다고 해서 나도 몰라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안다고 해주어서 고마워요.”

로 시작한 한혜진씨의 강의는 아주 특별했다.


어린시절 이야기,

꿈에 대한 이야기,

월드비전의 행사로 라오스에 다녀온 이야기를 통해

꿈을 갖고 열심히 살고 서로서로 사랑하라며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드러내며 강의를 하는 한혜진씨를 보며

역시 프로답다는 생각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미리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아이들을 위해서 준비한 선물은 또 있었다.

학용품 세트 속에 들어 있는 연습장에 일일이 해온 사인을 보며

한혜진씨의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과 정성을 알 수 있었다.

한혜진씨에 대한 ‘참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평소의 이미지에

‘참 마음이 따뜻하구나!’ 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추가하면서

모든 일에 얼마나 마음을 쓰느냐가 참 중요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점심인 김밥을 먹고 강화 갯벌 체험 및 역사 탐방이 시작되었다.

버스 안에서 강화 산마을고 최보길 선생님으로부터

강화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강화도의 도자는 섬도(島)가 아니라 도읍도(都)자라 것도 알게 되었다.

갯벌 체험관에서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갯벌의 소중함에 대한 얘기를 듣고 갯벌로 나갔다.

 

 

 

 

 

 

우리 세은이가 사는 곳은 강화처럼 갯벌이 잇는 곳이지만

양식장이라서 맨발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세은이는 맨발에 닿는 갯벌의 감촉을 신기해하며

친구들과 선생님의 다리에 진흙으로 팩을 하면서 마냥 즐거워했다.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여 한줄기는 서해로,

또 한줄기는 강화해협으로 흘러 그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 하여 이름 지어진 연미정에서

멀리 보이는 북한 땅을 바라보기도 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고인돌 사진의 실제 모습이 있는 고인돌 공원에서

고인돌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역사탐방이라기보다는

그저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더 신나는 것 같았다.

갯벌에서도, 연미정에서도, 고인돌공원에서도

친구들과 장난치며 뛰어노는 것에 훨씬 열심들인 아이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친구가 그리웠는지 알 수 있었다.

가슴이 찡했다.


역사탐방이 끝나고는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차를 나누어 타고

아이들은 학교로 우리들은 식당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오연호 대표께

‘더불어 함께 입학식’을 하게 된 계기를 여쭈니


오마이뉴스가 올해로 창간 8년째를 맞아 여덟 살이 되어

무슨 좋은 일을 해볼까 생각하던 중에

오마이뉴스가 올해 입학한 1학년들과 나이가 같다는 것과

전남 곡성의 산골마을에서 자란 이야기,

강화의 폐교를 사서 시민기자학교를 만들었는데

학교가 없어진 아이들이 가끔씩 놀러오는 것을 보며

혼자서 외롭게 입학하는 아이들을 조사하게 되었고

그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고 하셨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무엇인가를 하면서 살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참으로 중요한데 오연호씨께서는

참 좋은 일을 하신다는 생각을 하였다.


저녁을 닭도리탕으로 먹고 동동주를 한잔 씩 하고나자

어른들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졌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할 때는

모든 학부모, 교사들이 이번 행사를 기획해주시고 진행해주신

오마이뉴스에 한결같은 고마움을 표했다.

나도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된다니

우리 아이들도 오늘의 이 사랑을 기억하고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날 것으로 믿는다며

오연호 대표와 오마이뉴스 관계자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서 이어지는 오연호 대표의 짧은 강의도 인상적이었다.

‘일흔에 선택한 새로운 삶이 그 후 30년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것이다.’

엄마로, 아내로 평범한 일생을 살다

70세가 넘어서야 화가로서의 삶을 살았던 모제스의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으니 어디서든

열심히 살며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그렇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꿈을 갖기에는 나도 아직 늦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