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0일 일요일
더불어 함께 입학식 첫째 날
아침 일찍 남편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세은이는 이야기를 잘도 했다.
구미호이야기, 반쪽이, 재주꾼 오형제 등
멀미기가 있어서 졸려 죽겠는 나에게
쉼 없이 재잘대는 세은이를 보며
‘평소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도착하니 정각 12시였다.
강남고속터미널 내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버스가 기다리는 놀부명가를 찾았다.
놀부명가가 수라온으로 바뀌는 바람에 놀부라는 식당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버스가 오지 않는 것이었다.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땀이 범벅이 되었다.
근처의 편의점에 들어가 땀을 식히면서
이슬기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고, 버스기사님과 통화를 한 후에야
드디어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서울시 제2청사였다.
10여분 기다리니 동서울터미널에서 오는 팀이 도착하였다.
먼저 입학생들을 환영하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짧은 환영사가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서울시장님을 대신해서
서울시 홍보대사인 탤런트 박상원님의 특별강의가 시작되었다.
박상원님은 아이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모른다고 했다.
우리 같은 어른들이야 모래시계의 유명한 배우 박상원씨를 모를 리 없지만
요즘 TV 출연이 뜸한 박상원씨를 아이들이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요즘 나오고 있는 드라마나 광고를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햇더니
박상원씨가 “AIG 띠링띠링” 하니 여기저기에서 “아~아!”하는 소리가 들렸다.
박상원씨는 아이들이 알아보지 못한 때문인지
미리 준비를 하지 않은 탓인지 아이들을 위한 강의를 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에 대해 궁금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어떤 아이가 “또랑에는 왜 물고기가 살아요?”,
“아저씨는 물고기로 매운탕 끓일 수 있어요?” 등
다소 엉뚱한 질문만을 했다.
그래서 또 한 번 내가 박상원씨의 어릴 적 꿈 이야기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추억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으나 박상원씨는 그것마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조금 거리가 먼 이야기를 하였다.
박상원씨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산간, 도서 벽지의 오지에 사는 아이들이지만
꿈을 크게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라는
꿈에 대한 이야기라도 한마디쯤 해 주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 남긴 채 박상원씨의 강의는 끝나고 말았다.
단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온 박상원씨는
안에서와는 다르게 어른들에게는 인기가 많았다.
나도 박상원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세은이에게
몇 번이고 ‘띠링띠링 AIG’를 상기시키며 박상원씨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나를 위한 사진이 아니었던가? ㅎㅎ
비가 오기 시작했다.
서울로 오는 버스 속에서 간간히 접한 뉴스에서
서울 경기 북부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다고 했는데
막상 서울에 오니 날씨가 화창하여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비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서울시에서 우산을 선물해 주었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 때문에 청와대 견학이 취소되었다.
경복궁에 내리자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우리들에게 미리 준비한 비닐 비옷을 나누어 주기는 했으나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경복궁 견학은 진행되었다.
우리는 4조로 나뉘어 ‘우리궁궐 길라잡이’ 선생님의 안내로 견학을 시작하였다.
광화문, 흥례문, 근정전, 강녕전, 교태전.......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안내는 계속되었지만
학부모들은 비를 맞고 있는 아이들을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더군다나 비까지 맞으며 하는
경복궁 견학은 조금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모두를 새벽같이 출발해서 오느라
아침 식사도, 점심도 변변히 먹지 못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함께 다니던 담당 선생님께
아이들 간식이라도 준비해 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청계천 견학도 취소가 되었다.
난 아직 청계천에 가보지 않아서 궁금하기도 했는데
기념품만 받고 취소가 된 청계천 견학의 아쉬움을 안고 도착한
남산 서울타워에서 빵과 음료수를 간식으로 먹었다.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서울타워에서는 다행히도 구름이 걷혀서 서울 시내가 시야에 들어왔다.
동서남북으로 세은이를 데리고 다니며
한강이며 63빌딩, 도시가 시골과 다른 점 등을 설명하였지만
세은이는 도통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드디어 첫날 숙소인 서울 유스호스텔에 도착하였다.
방을 배정받기 위해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저 애하고 친구하고 싶어요.”
세은이는 벌써부터 한 여자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르게 사람에 대한 벽이 없는 것 같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친교 시간을 가졌다.
금세 친해진 아이들은 서로 장난을 하느라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의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버린 아이들을
한데 모으느라 애쓰시는 선생님이 안쓰럽기까지 하였다.
친교 시간은 내일 입학식을 위해서
‘안녕하세요?’ 노래에 맞춰 포크댄스도 배우고
가위바위보 게임도 하고
네 조로 나뉘어 조의 이름을 짓고
전지 캔트지에 서울에 와서 본 것을 나타내기도 하며 진행되었다.
우리 세은이는 C조인데 이름을 강아지조로 지었다.
별, 사랑, 동그라미, 강아지
네 분 선생님들의 지도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 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자 아이들이 많은 동그라미 조는 통제가 되자 않아서 엉망이 되어 버렸다.
늘 혼자서만 생활해온 아이들이기에 단체 생활에서의 규칙과 질서를 지키는
기회를 가져도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동안 친구도 없이 외롭게 지내던 세은이가
여러 친구들을 만나서 금방 친구도 사귀고 친하게 지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은이를 데려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보호자들은 한 방에 5~6명 씩 배정이 되었다.
충북 청원, 전남 진도, 완도, 신안 등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과 교사들인 우리는
서로의 사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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