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9일 토요일
판단은 엄마의 몫
은애엄마가 학교에 오셨다.
교사들이 은애엄마를 오해하고 있단다.
학년 초에 ‘사철 꽃피는 학교 가꾸기’를 위해
잔디밭 가운데를 동그랗게 파내고 꽃을 심었는데
은애 엄마가 오셔서는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놀면 좋은데
잔디를 훼손했다며 불평을 하더라는 말을 이 주사님으로부터 전해들은 그날,
‘사철 꽃피는 학교 가꾸기’를 하는데 있어서
‘왜 여기에다 이런 나무를 심었나?’
‘저기에는 무슨 나무를 심으면 좋겠다.’는 등
절대로 간섭을 하지 않을 테니
분교장인 나더러 알아서 하라던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박선생, 잔디밭을 파내고 동그랗게 꽃밭을 만들었어요?’
“네, 교장선생님”
“그럼 그 잔디를 어디에 두셨어요?”
“글쎄요? 인부들에게 물어보고 찾아보아야겠네요.”
“잔디를 함부로 훼손해서야 되겠어요?”
“넓은 잔디밭만 있는 것보다는 꽃을 심으니 학교가 환하고 좋은데요.”
“그래도 그 잔디를 다시 심고 그 위에는 화분을 두어도 좋지 않겠어요?”
“네, 한 번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학교를 방문한 많은 손님들이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으니 학교에 생기가 돈다며 좋다고 하여서
여름이 되어 꽃을 한 번 바꿔 심었을 뿐 그대로 유지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때 학교에 와보지도 않은 교장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기에
혹시 은애 엄마가 전화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교장 선생님께 여쭈니 그렇지 않다고 해서
어떻게 아셨는지, 아니 어떻게 은애 엄마의 불평과 같은 말씀을 하신지
의아해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은애 엄마는 마치 내가
은애 엄마를 교장선생님에게 분교장의 모든 정보를 고자질하는 사람으로 여겨서
은애를 늘 나무라고 꾸중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은애 엄마를 오해했던 것은 사실이고
아이를 위해서 교육적인 지도를 한 것 또한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부모가 맘에 들지 않아서 아이에게 의도적인 꾸중을 하는 교사라면
교사의 자격이 없다고도 말씀드렸다.
그리고 교실이나 복도에서뿐만 아니라
화단의 풀을 맬 때조차도 떠들지 말라고 했다고 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을 드렸다.
“은애 엄마, 생각을 좀 해 보세요. 어떤 교사가 풀을 매면서 말 좀 하는 것 가지고 아이를 나무라겠어요. 말을 하느라 풀매는 일을 게을리 했거나, 풀을 매지 않고 장난을 쳤겠죠. 우리 입장을 바꿔서 상식적인 선에서 서로를 이해해 봅시다.”
“은애는 지금 너무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과잉보호를 받는 것 같아요. 꾸중을 듣거나 잘못한 것을 지적당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고쳐보려 해야 나은 방향으로 발전이 있을 텐데, 오히려 그 사실에 불만을 품고 하소연하는 것을 부모가 받아주어 이렇게 교사에게 항의를 한다면 아이가 학교에서 교사들로부터 무엇을 배우겠으며, 언제쯤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겠어요. 받아주기보다는 그것을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엄마가 기다려주어야 할 것 같아요.”
“은애가 전학을 가는 문제는 부모님이 알아서 판단하시겠지만 지금의 상태로 아이들이 많은 큰 학교로 전학을 간다고 해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엄마가 조금 더 마음을 넓게 가지고 멀리 내다보며 진정으로 은애를 위하는 쪽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어요.”
이제 은애가 전학을 가고 안 가고의 판단은 은애 엄마의 몫이다.
하지만 이렇게 학부모가 교사를 믿지 못하여
아이의 말만 듣고 교사를 찾아와서 항의를 하고
또 전학을 시키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교육의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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