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7일 월요일
아, 제비.......
우리 학교 화장실은 실외에 있다.
옛날에야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화장실이 실외에 있는 게 당연하였지만
요즘에는 학교도 수세식 화장실로 바뀌면서는
대부분의 화장실은 실내에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그동안 재래식 화장실이었던 것을
작년에 수세식 화장실로 바꾸면서
실내에 지을 공간이 없기 때문인지 실외에다 화장실을 지어놓은 것이다.
실외에 화장실이 있으니 불편한 것이 참 많다.
거리가 먼 것은 차치하고라도
비가 올 때 화장실 가기가 불편한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 화장실에는 문이 없었기 때문에
화장실에 먼지나 바람에 날아온 낙엽들이 잘 쌓이고
비바람이 치면 화장실 안까지 물이 들어오고
온갖 새들이 드나들며 똥을 싸거나 깃털을 날리기도 하여
겨우 남, 여, 한 칸씩에 샤워 실 한 칸,
그리고 소변기 하나뿐인 화장실이지만
늘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하는데 상당히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지난봄부터 바닥에 제비 똥이 쌓이기 시작했다.
위를 쳐다보니 그동안 화장실을 쉼터 삼아 들락거린 줄만 알았던
제비가 집을 지어 놓은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얼마 후 새끼를 낳고
재잘거리던 새끼들 입에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제비는 그동안 새 가정을 꾸리고 있었던 것이다.
화장실 청소가 귀찮아진 이 주사님이
어느 조용한 아침에 제비 집을 치워버리려고
제비 집 안을 들여다보니 날아간 줄만 알았던
새끼제비들이 아직 잠을 자고 있어서 치우지 못하고
다 자라서 날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선생님, 제비집이 땅에 떨어졌어요?”
“응? 새끼들은?”
“아직 날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서.......”
“그래? 어쩌면 좋아.......”
제비 집이 통째로 땅에 떨어진 것이다.
“짹짹짹”
“째잭 짹짹”
놀란 새끼제비들의 두려움 섞인 울음과
안타까이 새끼들의 주변을 맴돌며
토해내는 어미 제비의 애끓는 울음이 우리의 심장을 후볐다.
행여나 우리가 새끼들을 해칠까봐
계속 경계를 늦추지 않는 어미 제비를 보며
우리는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두고 살펴보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화장실을 들여다보니
새끼들이 아직도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다.
“이 주사님, 어미제비가 먹이는 날라 오던가요?”
“늘 들락거리며 먹이도 먹여주고 보살피는 것 같대요.”
“아, 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이네.......”
애타는 심정으로 새끼들을 돌보는 어미를 보아서라도
시끼 제비들이 어서 자라서 훨훨 날아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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