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30일 월요일
“넘었어.”
“아냐,”
“자, 여기 봐.”
“왜 그렇게 그려 반듯하게 그려야지.”
“반듯하잖아.”
“아냐, 점점 올라갔잖아.”
우유급식을 하고 운동장에 나가 놀던 아이들의
목소리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밖으로 나가 보았다.
아이들은 미끄럼틀과 그네가 있는 운동장에서
땅바닥에 그어진 선에
조그마한 나무막대가 닿았네, 닿지 않았네,
서로 편이 갈라져 우기고 있었다.
진상이와 은애는 그어진 선을 약간 올려 그려서
막대와 닿지 않으려고 애쓰고
세은이와 영은이는 내려 그려서 닿지 않으려고 애썼다.
한참을 실갱이를 하던 아이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선생님이 그어주세요.”
한다.
아무것도 모른 척 하고 반듯하게 그어주니
그 막대는 선에 조금 물려 있었다.
세은이와 영은이는 좋아라하며 만세를 부르고
진상이와 은애는 허탈하지만
선생님이 반듯하게 그어준 선이니 그냥 받아들이는 눈치다.
다시 놀이를 진행하고 있는 그네들이 하는 것을 자세히 보니
우리가 어릴 적에 했던 자치기놀이와 비슷하였다.
두 편으로 나뉘어 큰 막대로 작은 막대를
걷어 올리거나 치고 뛰어나가는 놀이와 다르게
우리 아이들은 땅에 약간의 홈을 파고는
작은 막대를 걸쳐놓고 큰 막대로 그것을 걷어 올려
홈의 3m 전방에 그어진 선을 넘기면 10점
그의 2배를 넘기면 20점을 얻는 놀이였다.
한동안 팔방 놀이를 열심히 하더니
어느새 새로운 놀이를 개발하여 어울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 얼른 카메라에 담았다.
비록 여러 가지 놀이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
다양한 체험을 할 수는 없다 해도
나뭇가지, 돌멩이, 흙, 모래, 조개껍데기, 물, 풀.......
이 모든 자연과 친구 되어,
하늘 끝까지라도 날릴 듯이 눈을 질끈 감고
있는 힘을 다하여 막대를 걷어 올리는,
세상의 막대는 다 잡을 것처럼
두 팔 크게 벌려 벼르다가도
막상 막대기가 날아오면
눈을 감아버리는,
선을 넘었네, 안 넘었네,
티격태격 다투며 노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네들의 천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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