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7일 토요일
빈 그릇을 챙기며...
오랜만에 빈 그릇을 챙겼다.
큰 통, 작은 통, 그리고 더 작은 통,
네모난 그릇, 동그란 그릇, 칸막이 그릇....
우리 집 베란다에 쌓여 있는 빈 그릇들은
그 종류와 개수를 헤아리기가 힘들다.
친정에서, 시댁에서 수없이 날라 온
어머님의 정성들!
하지만 난 그 빈 그릇을 돌려 드리는 일에서조차
언제나 게으르다.
그러다보니 하루하루 쌓여가는 빈 그릇들이
나의 게으름만큼 쌓여 있는 것이다.
내가 남양초등학교로 발령이 나자
남들은 그동안 못다 한 효도하려고 고향으로 갔느냐며 농담을 건넸다.
그 때는
“그래, 나도 인제 효도 좀 해 보련다.”
라고 응수를 했었는데
정말이지 지척에 집을 두고도 잠깐 들렀다가
부모님을 뵙고 간다는 게 그리 쉽지가 않다.
굳이 핑계를 대어 보자면
뒤늦게 승진 대열에 끼어 볼까하고 시작한
전문상담과정 공부를 퇴근 후에 순천대학교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야 조금 할애하면 되겠지만
네 차례에 걸쳐 치러야 하는 상대평가인 시험 때문에
늘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
30 명 중에서 5 등 안에 들지 못하면
공부한 목적의 성과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75 세의 고령에도
거의 날마다 이웃의 방울토마토 하우스에
토마토 따는 일을 하러 가시는 우리 엄마는
행여나 딸이 들렀다 가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늘 반찬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신다.
“오늘 토마토 좀 얻어다 놓았다. 다녀가지 않을래?”
전화가 오면 그때서야 겨우 한 번 들를까 말까 하는 딸을,
오늘은 언제 또 들르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 때 가져다 드리려고 챙긴다는 게
겨우 그동안 모아둔 빈 그릇들이다.
자식이라는 게 그동안 그만큼 받았으면
이제 돌려 드릴 때도 되었건만
난 오늘도 이렇게 빈 그릇만을 챙기고 있다.
언제 철이 들지도 모르는 못된 딸의
빈 그릇 가져오는 손마저도
반갑게 맞으며 자꾸자꾸 어루만져주시는
우리 엄마의 사랑을 한없이 기대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