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7일 월요일
“엄마, 나도 커트머리 하고 싶어요.”
“안돼. 넌 머리 모양이 앞뒤꽁치 삼천리라 커트하면 보기 싫어.”
“그래도 하고 싶어요.”
“...”
초등학교 4학년 때 봄이었다.
어느 날 친구 행심이가 커트 머리를 하고 학교에 왔다.
그때는 오직 단발머리만을 하고 다닐 때라
일명 ‘거지커트’라 불리던
그 머리 모양이 얼마나 세련되고 예뻐 보이던지
집에 가자마자 커트머리를 해달라고 엄마를 졸랐지만
엄마는 막무가내로 들은 척도 하지 않으려 하셨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난
급기야 가위로 스스로 앞머리를 잘라버려
그렇잖아도 못생긴 얼굴을 더욱 못난이로 만들고는
엄마에게 죽어라고 꾸지람을 들었었다.
그런데 오늘 그 거지커트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행심이를 만났다. '오늘 같은 날'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보는 것이니
이게 얼마만인가?
서른하고도 다섯 해이니 어쩜 .....
그러나 행심이는 옛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밝고 솔직하고 예뻤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의 2년 후배들과 함께 중학교를 다녔다는 얘기,
점빵(?)을 하는 엄마의 돈을 훔쳐와
풀빵을 사서 친구들과 나눠 먹고는
동네에서 오빠 벌 되는 담임선생님의 고자질(?)로
죽어라 얻어맞았다는 얘기,
(아마 나는 그 풀빵의 유혹으로 행심이와 친했던 게 아닌가 싶다.ㅎㅎ)
집집마다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낄낄대고 깔깔대며 함께 동숙하였던 얘기들로
우린 35 년 전의 그 시절로 돌아가
한참을 또 깔깔거리며 웃었다.
멀리 강원도 영월에서 살고 있다면서
동강의 계곡으로 피서 한 번 오라 했다.
그래 어쩜 평생을 한 번도 못 만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얼굴 보며 얘기를 나눌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친구란 이렇게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난 것처럼 스스럼없이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다.
요즘 부쩍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도 많고
보고 싶은 친구들도 많아진 까닭이
내가 나이 듦도 있겠지만
우리 친구들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우리의 카페 ‘동강중학교 6회’ 덕분이리라.
고맙다. 카페야, 그리고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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