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19일
‘언제쯤 가 보았을까?’
‘안 간 지 한 30여년이 지났을까?’
늘 그 곁을 지나가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우리의 모교
동강중학교!
어젠 비탈진 교문 통을 올라 운동장을 가로질러
우리의 추억이 묻어있는 동산엘 가 보았다.
그렇게 가파르게 느껴졌었던 교문 통은
그리 넓거나 높아 보이지 않았지만
동쪽 한 구석을 철조망으로 막았음에도
운동장은 충분히 넓어 보였다.
그런데
내가 그리도 가보고 싶었던 우리들의 동산
탁 트인 여자만과 망주산을 바라보며
한없이 깔깔대고 재잘대었던
그 우리들의 동산이
벽돌담으로 가려져 있었다.
담을 따라 끝까지 가 보았으나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문도 하나 없이
꽉 막힌 담 너머로 바라본 동산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버려
어느 한 곳 앉을 자라조차 없이 변해 있었다.
도시락 뚜껑으로 여자만 갯벌까지 고둥을 잡으러 갔던 그 길,
동강 장날이면 죽산 마을로 난 논길을 따라
팥죽 전에 가서 주전자 가득 팥죽을 사들고 왔던 그 길,
체력장 연습 하면 힘들다고 집에서 가져온 찜통 속 간식을
숟가락 들고 나와 퍼(?) 먹었던 그 맛이 아직도 입가를 맴도는 그 동산,
배위에 칼을 꽂은 차력사를 마음 졸이며 바라 봤던 그 동산,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옹기종기 모여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배꼽 잡으며 뒹굴었던 그 동산,
국어 시간에도, 미술 시간에도, 음악 시간에도 그리고
통일을 기원하는 웅변대회 날도
우리는 모두 그 곳에 모여 하나가 되지 않았던가?
아, 그 숨결, 그 정겨움이 아직 그대로 나의 귓전을 맴도는데
변해 버린 눈앞의 정경을 바라보며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추억의 한 장 한 장을 넘기자니
나도 모르게 시야가 흐려졌다.
운동장을 돌아 나오면서 내내 허탈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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