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4일 금요일
어젯밤의 일이다.
아홉 시가 훨씬 지난 시각인데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누구세요?”
“위층인데요.”
“아, 잠깐만요.”
문을 여니 젊은 부부가 나란히 서있다.
“안녕하세요?”
“아니, 벌써 이사 오셨어요?”
“아니에요. 저 내일부터 집을 수리해야 하는데 시끄러울 거 같아 미안해서..”
“아, 네. 괜찮아요.”
“그래도 미안해서..이거..”
내미는 손에 매실주스 한 박스가 들려있다.
“아니, 저흰 괜찮아요.”
“그래도 미안한 저희 마음이에요.”
“아이 참, 그래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내미는 손이 무안할 까봐 어떨 결에 뇌물(?)을 받고 말았다.
남편은 주스 상자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는 내가 우스운 모양이었다.
“허어, 그래도 사람들이 인사성은 있구만 그래?”
“그래도 어떡해요. 이런 걸 다 받다니..”
나는 내가 받아 놓고도 마음이 불편해 남편의 농담에
짜증 섞인 반박을 했다.
이웃 간에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일인데
주스 상자를 받고 이해를 해야 하는 거 같아
마음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받아 버렸는데 어쩌랴?
“쿵쾅!”
“쿠르르르..”
“쨍그랑”
“뿌찌지지직..”
“궁광궁광”
“동동동동..”
“탕탕탕탕..”
아침 일찍부터
이 세상의 온갖 의성어를 다 끌어 모아도
부족할 소리들이 귀청을 때렸다.
'아, 이것이 뇌물의 대가인가? 호호'
혼자서 웃고 있는데
“며칠 안 되니 잘 견뎌봐,”
출근준비를 하며 남편이 나를 놀렸다.
“그래요. 시끄러울 때마다 주스를 생각하며 참아야지 뭐. 후웃”
“허허허”
나도 남편도 크게 웃었다. 주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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