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소통

아무말 하지 않아도...

pjss 2008. 6. 29. 03:37

 

 

 

2006년 7월 29일


“점숙아!”

“응.”

“지금 뭐 해?”

“나? 지금 회식하고 있는데..”

“그래? 나 네게 내려가면 안 될까?”

“야, 지금 너 어딘데?”

“응, 용인..”

“근데 왜?”

“으응, 그냥 니가 보고 싶어서..”

“그래? 그럼 얼른 내려와..”


친구가 갑자기 내려온단다.

예고도 없이...

‘무슨 일일까?’

괜한 불길한 생각이 반가움보다 앞섰다.

‘그냥 보고 싶어 온댔지?’

혼자서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가 그리 쉽지가 않았다.


친구는 밤 아홉 시 경에 도착했다.

남편이 잡아준 숙소로 향하면서

“점숙아, 나 버스를 타고 오면서 무슨 생각했는지 아니?

“무슨 생각을 했는데?”

“새장에 갇힌 새가 새장을 박차고 훨훨 날아오는 것 같았어.”

“......”

“너 만나니까 무지 좋다.”

“응, 나도..”

“...”


친구 옥란이!

광주교대 동창이다.

담양이 고향인

학교에 다닐 때 또 한명의 친구와 함께

삼총사로 불리며 우정을 쌓았던 친구다.

잘나가는 삼성맨을 남편으로 두고

딸을 셋이나 낳아 늦둥이 초등학생 덕분에

늙는 줄 모르고 젊디젊게 사는 친구다.

거기에다 어릴 때부터 무용을 배운 덕분에

지금도 재즈댄스를 하고 밸리댄스까지...

비록 체구는 나보다 작지만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 있는지

가끔씩 카페에 남기는 글을 보면

깨가 쏟아지는 행복감으로

항상 글을 읽는 우리에게 행복을 전염시켜주는 이쁜 친구다.


우린 함께 술을 마시면서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묻지도 않았고

애써 내게 말하려 하지도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었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친구는

이제 홀가분하다며 서울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점숙아, 답답할 때 찾아갈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난 행복해.”

“그래, 나도 답답할 때 찾아주는 네가 있어 행복하다.”

“남편이 터미널로 마중 나온대. 함께 공연 보러 가기로 했어. 걱정하지 마.”

“그래, 걱정 하나도 안 해. 좋은 시간 보내라.”


일 년에 겨우 한두 번 만나지만

항상 곁에 함께 하는 친구,

내게 기쁜 일이 있으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고

늘 나를 자랑스럽게 여겨주는 친구.


여름 어느 날

친구의 갑작스런 방문은

나의 존재감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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