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소통

맛있는 봄내음이

pjss 2008. 6. 29. 03:17

 

 

 

2006년 3월 19일 일요일

 

남들은 모두 TV 앞에 앉아

나라 사랑을 다짐하는 그 시각에

난 앵무산에 올랐다.


앵무산은 

해룡면 해창 마을 뒷산으로

우리 집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앵무산 정상까지는 3.22km 인데

오르막 내리막길이 많아 운동량이 적당하고

무엇보다도 정상까지 가는 길에

순천 시내, 광양제철, 여수 산단, 여자만 등을

바라보며 쉬는 즐거움이 쏠쏠하다는 거다.


생수 한 병, 과일 한 개

그리고 비닐봉투와 칼이 담긴 작은 가방을 메고

초입에 들어서는데

마을 아주머니께서 봄을 캐고 계셨다.

“아주머니, 뭐하세요?”

“응, 쑥 좀 뜯느라고”

“아, 그러고 보니 어느 새 쑥이 많이 자랐네요.”

“된장 풀어 쑥국이나 끓여 볼까하고..”

“우리도 내려오면서 캐요.”

“네, 그래요.”

“아주머니, 다 캐지 마시고 우리 것도 남겨 놓으세요.”

“허허, 그러지..”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과수원에 들어서니

지난주에 봉오리를 터뜨린 매화가

한 입 가득 봄을 품고 우리를 반긴다.

“역시 매화는 가지 하나하나에 기품과 매력을 담고 있어요.”

“그래 맞아요. 벚꽃은 어우러진 멋인데 매화는 ....”

   

비가 온 뒤라서 혹시 땅이 질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어느새 땅은 말라 있었고

오히려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한 시야에 탁 트인 전경을

빙 둘러 보니 마치 원형 극장에 들어온 느낌이다.

“산은 오르는 재미도 좋지만 이렇게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역시 일품이에요.”

“그래요, 그래서 이 앵무산을 자주 찾게 되잖아요.”

“맞아요.”


곡고산 정상을 지나 앵무산 쪽을 바라보면

언제 또 저 가파른 곳을 오르나 싶지만

마른 솔잎이 융단처럼 깔린 운치 있는 오솔길에

감탄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닿는다.

“와, 시원하다.”

“이 세상에 뭐니뭐니해도 역시 물맛이 최고야.”

물 한 모금, 참외 한 쪽, 오렌지 반쪽으로

갈증과 허기(?)를 해결하고 나면 아, 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내려오는 길에 과수원 언덕배기에서

비닐 봉투에 가득 봄을 담아 내려왔다.

저녁엔 남편이 봄 국을 끓이느라 부산하다.

아, 맛있는 봄 내음이 온 집안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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