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17일
지난주에 다니던 미용실을 바꿨다.
내 생각엔
앞머리를 약간 비스듬히 자르고
웨이브를 살짝 주어
뒷머리를 날렵하게 길게 늘어 뜨려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세련되고 예쁠 것 같은데
다니던 미용실이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던 차에
머릿결에 상당한 공을 들여 준다는 미용실이 있다기에
그럴 바엔 머릿결이라도 보호하자 싶어서
이웃사촌과 함께...
동네 미용실과는 비교가 안 되는
넓은 매장에 근무하는 사람도 많다.
함께 간 이웃이 실장님께 해 달래야 한다고 했는데
참 뭐라고 말하기 곤란했다.
머리를 감고 나자 내게 다가온 미용사는
나의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였다.
“제가 하고 온 머리처럼 해주세요.”
“들어 올 때 못 봤는데요.”
“그럼 ..”
“저 실장님, 어떻게 할까요?”
“응, 내가 들어올 때의 모습을 보았으니 내가 할게요.”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왜 실장을 찾으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잠시 후
“머리가 얇게 커트 되어 있으니 그대로 두고 컬을 말겠어요.”
“네, 제게 어울리게 전문가가 알아서 해 주세요.”
웃음
머리를 하는 폼이 동네 미용실과는 사뭇 다르다.
영양도 주고 머리를 정성들여 만져준다.
‘그러나저러나 머리가 잘 나와야할텐데...’
미용실을 바꾸면 늘 실패하기 쉽기 때문에
머리를 하는 동안 내내 노심초사다.
드디어 중화제를 바르고
머리를 감고 거울 앞에 앉았다.
‘아니 이건 웬 아줌마 머리?’
파마의 컬이 많이 들어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웨이브가 강하게 나온
짧은 머리이니 아줌마 머리가 될 수밖에..
‘아, 내 이럴 줄 알았어. 구관이 명관이더라고 그냥 동네에서 할 걸..’
순간 후회가 밀려왔으나 어쩔 수 없는 일
미용실에서는 머리가 잘못 되어도 불평도 하기 힘들다.
“원래 못생긴 얼굴을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라고 반문이라도 할까봐 마음에 안 들어도 좋은 척하기 일쑤이다.
실장님은 세팅도 말아주고 온갖 정성을 기울이지만
난 영 아니다.
집에 가니 그래도 남편은 변화를 주는 것도 괜찮다고 한다.
내 딸 국화도
“내 머리 어때?”
하며 바라보는 엄마의 바람을 읽었는지 괜찮다는 시늉의 고갯짓을 하지만
난 그래도 상당히 마음이 불편했다.
다음 날 아침
머리를 감고 내 방식대로 손질을 하고 출근을 하니
동료교사들이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한다.
훨씬 부드러워졌다나?
카리스마가 죽었다나?
이틀이 지나 다시 미용실에 갔더니
영양을 주고 다듬어 주면서
전에 했던 머리는 단정하기는 하지만
너무 단정하여 딱딱해 보이니
약간 부드럽게 보이도록 앞으로 머리를 길어보라고 권한다.
‘누가 길기 싫어서 못 기르나?’
늘 머리를 길어 폼 나게 손질하여 다니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을 못 참고 가서 잘라버리기를 수없이 반복했기에
그런 권유에 별 기대를 안 갖지만
“예쁘게 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라고 응대를 했다.
이제는 아침마다 거울보고 나에게 맞게 이리 저리 손질하다보니
어느새 나도 내 머리에 익숙해져 버린다.
‘아, 그러고 보니 웨이브가 있는 내 머리가 훨씬 더 예쁜 것 같네.’
굵은 웨이브의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를
멋지게 흩날리며
고상한 눈웃음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날을
내심 기대하며 머리를 길어보리라.
(우와! 공주병이 더 악화되었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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