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지난 실패를 되돌아보다.
출처 : http://funschool.egloos.com/4907043
1. 박남기 교수님박남기 교수님은 내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분 중에 하나다.
우연한 기회가 접하게 된 강의에서
평소 남자친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첫눈에 반한' 경험을 했다.
교단에 서서 첫 마디를 시작하는 순간에 부딪혔던 눈동자의 총기와
한마디 한마디에 실린 열정의 힘은
매너리즘에 빠진 한국 교수들-미안한 말이지만 특히 교육대 교수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신세계였다.
그 순간 반해서 구입한 것이 박남기 저작 [미국초등학교깊이읽기]였다.
2002년도작이고, 내가 구입한 것이 약 5년전.
미국의 교육 방식을 따라가려 안간힘인 작금의 한심한 한국 교육을 돌아보면 놀라운 일이다.
이미 훨씬 전부터 교육의 흐름을 인지했으며,
미국유학파(피츠버그대학 교육행정학 박사학위 취득)이면서도
미국 교육을 단순히 찬양하지 않고 차분하게 장단을 짚어 문제점을 파악했다는 점이 대단하다.
공교육 관계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었을텐데,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는 싶다.
(2002년도였다고, 이사람들아!)...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그의 저작을 찾았을 때 매우 기쁘면서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하루 빨리 적응하겠다는 마음으로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나는 대학생 시절의 배움의 열정을 잊고 있었던 셈이다.
(그 많은 책을 사면서 단 한 번도 그의 이름을 검색창에 쳐 볼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니!
나는 교사라 명명할 자격이 없다.) 책을 대출하여 들고 나오면서,
집에서 읽으면서, 내 마음을 가득 채운 것은 부끄러움이었다.
책을 다 읽고 알라딘 검색에 당장 '박남기'를 쳤다. 줄줄이 이어지는 저작들에 다시 한 번 부끄러워졌다.
한 권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으면서도 가슴을 쳤다.
교육학서적은 최신 서적을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연구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008년도 책을 읽고 있는 2011년도의 나라니 창피한 노릇이다.
박남기 교수님은 현재 광주교육대학교의 총장이다. 최연소국립대총장이란다.
지금의 후배들이 얼마나 행운아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2. 이 책이 가지는 의미
그래서 이 책이 엄청나게 만족스러웠냐고?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책의 제목을 읽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나는 이런 류의 저작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열정만을 앞세운 앞페이지의 교단일기들은 끝까지 읽고 있기 버거울 정도로 내 타입이 아니다.
첫 제자들의 졸업식에서조차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은 나는,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
문지현 교사가 내내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움과 스승으로서의 사명감에 대해 공감하기 보다는
그 문단문단의 닭살돋음에 옆구리를 벅벅 긁기에 여념없었으니까.
차라리 박점숙 교사의
교단생활이 희미하게나마 느껴지는 실제적인 교단일기는 읽기 나았다.
하지만 확실히 실용서라기보다는 교사의 소회를 적은 정말 '일기'에 가까운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이 책에 대한 긴 리뷰를 쓰고 있는 이유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위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교육 현실에서
교사에 의한, 교사를 위한 이런 서적의 정식 출판은 실제적인 목적보다도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학부모나 학생 다음으로 교육활동에 가장 중심이어야 할 교사들은
끝간데 없이까지 추락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면이 크다.
교실의 독재자로만 만족한 나머지 자신들의 노하우나 단점을 공개하기 꺼려하고
당장의 제왕적 권한에만 집착하여 정작 공교육의 중심이 되는 교육행정이나
교육본청, 교과부에서 '교사'명함을 걸었던 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각개 전투에는 능할지 모르나 개괄적이고 협동적인 연구활동에 약한
-거시적 시야가 좁은 초등교사의 약점은 스스로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지금에 와서 교권추락을 말하며 사회가 우리의 수고와 어려움을 모른다고 어디에 투덜대고 말하는가.
교육적인 깊은 논의 없는 다양한 루트에서의 인력 투입으로 인한 학교에서의 입지 축소조차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뿐이다.당장의 변화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에 보여지는 교사의 이미지를 한 방에 역전시키는 효과적 계책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 변화의 시발점을 이 책과 같은 결과물의 집적으로 본다.
각자의 위치에서 코피 쏟아가며 노력하는 교사들의 노고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다양한 루트로 남기고 서로 공유하여 연대적 책임감과 사회적 이슈를 이끌어 내는 것.
그 쪽이 지금 교권 추락을 얘기하며 소수의 동정을 받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고 효율적이다.
(적어도 전문직이라고 생각한다면 전문직스럽게 문제에 접근하자고.)
그래서 다시 1의 '박남기 교수'다.
나는 이런 논의의 시발점을 만들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적어도 꿈틀꿈틀, 하고 있다는 사실이 긍정적이다.
(우린 항상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시야를 가지라고 하지 않는가?)
그가 가진 상징적인 권위가 초등 교사들에게 출판이라는 입지를 마련해 주고
우리 후배들을 채찍질할 것임을 알고 있으니까.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와 같은 초등 교사들의 책이 앞으로 계속 나와줄 것을 기대한다.
3. 지난 실패를 되돌아보다
잘난 척 주절주절거렸지만.
나야말로 교사라 이름붙이기 부끄러운 세월을 살아왔다.
준비되지 못한 사람이 '교사'가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표본같은 5년이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자다가 하이킥 날릴 기억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학부모들에게 죄송한 인간적인 실수들과 학문적인 잘못들을 나열하면
오늘 하루가 다 지나도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앞에 주절주절 쓰느라 이제 기력이 딸리네..)
25년의 경력자인데도 불안과 걱정이 앞서는 박점숙 교사의 교단일기를 보며
어쩜 'N년 후에는 더 나아지겠지..'라는 나의 바람이 헛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라는 직업이 그렇다.
5년이면, 다른 직업 같으면 숙련자로 회사에서 대접받고 후임자에게 이것저것 능숙하게 지도할 때인데,
아직도 나는 오늘 나의 말이, 나의 행동이 과연 바른 것인지 늘 고민하고 되새김질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은 순간이 정체이고 오만임을 알기에
또 끊임없이 자신을 메타인지해야 하는 교사란 직업이란!
이 책은 다시 한 번 나를 다독이게 했다.
성장? 훗, 실수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하면서 모르는 새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게 되는 거겠지.
앞으로 이 블로그도 나의 실수담으로 가득 차게 되겠지.
그리고 그것이 성장담이 되기를... 기원한다.
p.s
ㄱ. 아, 기운 딸려서 3번이 너무 짧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벌써 한시간이나 썼어.
이런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겠다. 말하기 좋아하는 나란 사람... 참...
ㄴ. 박남기 교사의 학급경영연구소( http://www.classmi.net )에 가면
이 책의 저자인 박점숙 교사와 문지현 교사의 글을 볼 수 있다.
전에 내가 알던 주소가 바뀌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기능하는 학급경영연구소를 보니 반갑다.
역사란 쌓이는 것인 모양이다.
ㄷ. 박점숙 교사의 아침을 여는 시간 발췌. 써 먹어야지~
p213
1. 모두 약속장을 꺼내어 생활 계획 시간을 준비해 주십시오.
2. 지금부터 생활 계획 시간을 갖겠습니다.(박수)
3. 이 주일의 노래 ***을 부르겠습니다.
4. 학습 모니터들은 오늘의 학습 안내를 해 주십시오.
5. 생활 모니터는 오늘의 생활 안내를 해 주십시오.
6. 오늘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7.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8.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점을 약속장에 기록해 주십시오.
9. 선생님 말씀을 듣겠습니다.
10. 도우미들은 약속장을 모아 제출해 주십시오.
11. 이 주일의 교과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12. 이상으로 생활 계획 시간을 마치겠습니다.(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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