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나의 이야기

마음의 여유

pjss 2009. 9. 3. 10:35

2009년 9월 2일 수요일


마음의 여유


지난여름부터 우도로 들어가는 바닷길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차를 세워 놓고

짱뚱어나 망둥어, 작은 새우를 잡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대여섯 명쯤 많게는 열 명이 넘게 모여드는 것이었다.


오늘은 2학기를 맞아 첫 직원연수가 있는 날이다.

본교 남양관에서 3시부터 시작하기에 시간을 맞춰

2시 30분에 출발하려는데

이 주사님께서 고장 난 애초기를 수리해야 한다기에

차에 싣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본교에 가는 길에 농협에 들러 맡기고 가야 하는지라

시간에 늦지 않으려니 마음이 조금 바빠졌다.


마침 쨍쨍 내리 쬐는 햇볕과

선선한 초가을 날씨 덕분에 바짝 마른 바닷길을 서둘러서 가고 있는데

저만큼 앞에 차 두 대가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평소에 사람들은 차가 교행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조금 넓은 장소에 세워두는데

오늘 따라 길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조급한 마음에 경적을 울렸다.

낚시에 심취해 있는지 반응이 없었다.

시간이 촉박한 탓에 마음이 언짢았다

‘왜 저리도 상식도 없는 거야?’

“빵빵~빵빵~”

다시 한번 세게 경적을 울렸다.

그때서야 알아챘는지 두 사람이 뛰어가 차를 비켜 주었다.


그런데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채 낚시하는 사람들 곁을 지나는 내게

잠깐 멈추라는 손짓을 하였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애초기 때문에 트렁크 문을 열고 가는 나에게

차의 트렁크가 열렸으니 닫아 주겠다는 것이었다.


순간 방금 전의 언짢았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면 좋았을 걸

그 잠시를 못 참고 짜증을 내며 경적을 세게 울려대었던

나 자신의 못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절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그들에게 오히려 미안하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여유롭지 못하고 부족했던 나의 행동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아, 이 가을에는

맑고 드높은 하늘 아래에서

살갗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

마음을 옭죄고 있는 온갖 스트레스 날려버리며

조금은 더 여유를 찾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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