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시의 향기

10월 -오세영-

pjss 2008. 9. 30. 21:51

 

 

10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 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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