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4일 목요일
어떤 방문객
어제 해질 무렵 한통의 전화가 왔다.
방학 동안이라 학교 전화를 내 휴대폰으로 착신을 해 놓은 상태이다.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장이죠?”
“네.”
“박점숙 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싶은데요.”
“네, 전데요. 누구신가요?”
“네, 저는 광주 공군부대의.......”
“아, 그러세요. 그런데 웬일로?”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우도분교장 얘기를 읽었습니다. 내일 우도분교장을 방문하여 아이들의 생활모습을 보고 싶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 네.”
방학 동안이라 쉬고 계실 턴데 번거로우니 혼자서 다녀가겠다고 했지만
마침 학교에 가보려던 참에 잘 되었다 싶어서
12시 경에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벌교에 사는 동생 혜숙에게 전화를 하여
함께 우도로 향했다.
11시 30분경에 바닷길이 열리는 시각이라 서둘렀으나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느라 12시가 다되어
바닷길로 향하는데
흰색 차가 한 대 보였다.
혹시나 하고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군인 아저씨 두 분이 우도 쪽을 향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혹시 우도분교장에 오시는 길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아, 네 제가 교사 박점숙입니다.”
차에 앉은 체 인사를 나눈 뒤
내가 앞서서 안내를 하며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여 다시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운동장을 지나 교실로 가려는데
그네 옆에서 세은이가 섬에 놀러온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세은이는 안 본 사이 수줍음이 늘었는지
아니면 군인 아저씨들과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자 놀랐는지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이 주사님을 불러도 대답이 없더니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김 선생님과 둘이 올림픽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계셨다.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하시는 두 분을 보고
미리 손님이 방문할 거라고 알려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
그리고 방문한 분들께도 민망하였다.
교무실에서 차를 마시며
고흥에 대한 안내를 몇 가지 해드리려는데
(블로그를 통해서 우도를 알았다고 하셔서 난 솔직히 그분들의 방문을
휴가를 맞이하여 고흥으로 여행을 오는 길에 잠시 들른 거라 여겼다.)
그분은 다른 얘기를 꺼내셨다.
군부대와 결연을 맺어 도움을 줄 만한 곳을 찾고 계신다고
‘아!.......’
순간 짧은 내 생각이 부끄러웠다.
분교장의 실태와 아이들의 형편에 대해서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상까지
사실 대로,
그리고 내가 아는 대로
설명을 해드렸다.
이왕에 좋은 일을 하시는데
진정으로 좋은 일이 되도록 심사숙고 하시도록 하기 위해서.......
함께 마을을 돌아보고 나서
8월말쯤에 회의를 거쳐 심사하여 결정되면
연락을 주겠다며 그분들은 가셨다.
세상은 아직 좋은 일에 관심을 갖고
좋은 일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무엇인가 하나의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하기 위해 실사를 나오신 그분들을 보며
진심 어린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분들의 취지에 우리 학교의 여건이 맞아서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 아이들과 인연을 맺고
우리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지만
혹시 그분들의 취지와 상응하지 않아
우리 아이들과는 인연이 맺어지지 않더라도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분들의 손길이 전해지길 바랐다.
비 개인 하늘에 빛나는
한줄기 햇살처럼
따뜻한 사람의 향기가 눈부신 아름다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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