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영화 이야기

덕과 지략이 함께하는 - 적벽대전 -

pjss 2008. 8. 13. 19:11

 

 

적벽대전 


삼국지를 읽으면 처세술에 능하다고들 하는데

난 오래전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읽어보았지만

뚜렷하게 마음에 각인을 시키지 못하였다.


그저 삼국지를 한번쯤은 읽어 보아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비롯한 읽기여서인지

아니면 방대한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중간 중간 감흥이 이는 대목들이 있기는 했으나

줄거리를 말해보라하면 한 마디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삼국지를 즐겨 읽었다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까지 하였다.

 

뜨거운 여름 한낮을 피하기 위해 간

영화관에서 만난 영화 적벽대전도

스케일만 방대하여 줄거리조차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 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시작부터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흔히 삼국지 하면 생각나는 삼국지의 삼총사

유비, 관우, 장비의 이야기기도 아니고,

유비(촉), 조조(위), 손권(오)의 이야기도 아닌

주유와 제갈량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


위, 촉, 오 3국이 대립하던 서기 208년

천하통일을 위해

중국대륙을 피로 물들여가던 위나라의 조조는

뛰어난 통치력과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륙의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한편, 조조에게 쫓겨 퇴각에 퇴각을 거듭하던 촉나라 유비군은

최후의 보루인 신야성마저 함락당하고,

손권이 통치하는 오나라 인근 강남지역으로 피난을 떠나지만

조조에게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뭉친 유비군은

남은 병력으로 필사의 항쟁을 다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오나라와의 연합세력을 결성해야만 하는데,

전쟁을 기피하는 손권과의 결탁 또한 어려운 일이었다.


유비의 책사 제갈량이 오나라에 가서 손권과의 동맹을 제안하지만

손권은 조조의 대군 때문에 망설인다.

제갈량은 손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오나라 제일의 명장 주유를 먼저 찾아간다.


무기도 격한 언쟁도 없지만

제갈량과 주유의 팽팽한 심리대결은 긴장감을 더하고,

주유가 기예(技藝) 대결을 통해 제갈량과의 연합을 결심하여

자신의 주군 손권을 설득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유비-손권 연합군 결성에 분노한 조조는

100만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를 향해 최후의 출격을 하게 되고,

10만 연합군은 양쯔강 지역의 험준한 적벽에서

조조의 100만 대군을 맞을 준비를 한다.


10만 대 100만의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을 이끄는 주유와 제갈량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그리고 그들은 놀라운 지략과 병법들로

서서히 조조의 100만 대군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적벽에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

용맹한 장수들의 우정과 인간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심리전,

전장의 전세를 바꾸는 눈부신 지략 등으로


칼과 활보다도,

수적으로 우세한 군사보다도

더 큰 무기는 지략이며

그 지략은 덕을 함께 지닌 자와 결합할 때

최고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한 여름의 더위를 쫓아내기에 충분한 영화였다.


진정한 적벽대전이 펼쳐질 2편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