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단일기(2008~2009)

마치 이 세상을 품은 것처럼

pjss 2008. 6. 29. 12:15

 

 

2008년 6월 21일 토요일

마치 이 세상을 품은 것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니 쏟아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금방이라도 우도를 덮칠 것 같은 기세로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에 조금 게으름을 피운 탓에
다른 때보다 10분 쯤 늦게 출근을 하였다.

우산을 접고 막 현관을 들어서려는데
갑자기 세은이와 진상이가 튀어나오며
“산~중 호걸이라 하는~♬~~♪”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인가 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인형극 놀이를 하기 위해 준비해둔
동물인형들을 손에 끼고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나를 위해 이벤트를 열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진상이는 씩씩한 남자어린이답게 사자와 호랑이를
세은이는 귀여운 여자 어린이답게 토끼와 여우를 양손에 끼고선
아직 신발도 갈아 신지 않은 나를 현관에 세워놓고
팔짝팔짝 뛰면서 ‘산중호걸’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진상이와 은상이를 밀려오는 행복감에 취하여 바라보다
얼른 손가방에 든 사진기를 꺼내어 이 순간을 놓칠세라 찍어주었다.

노래가 끝나고 쑥스러운 듯 내 품으로 달려오는 그네들을
두 팔로 꼬~옥 안으니
마치 이 세상을 품은 것처럼 행복하기만 하여
어느 화창한 날의 아침보다 가볍고 경쾌한 하루가 활짝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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