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단일기(2008~2009)

톡톡 튀는 아이들

pjss 2008. 6. 29. 12:10

 

 

2008년 5월 28일 수요일

 

톡톡 튀는 아이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주룩주룩~
새벽부터 비가 내리더니
남해안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었단다.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유난히 또렷하였다.
쉬는 시간이 되어 옆 반 선생님께서 오셨다.

“어머, 우도 떠내려가겠네?”
“그래요, 비가 참 많이도 오네요.”
“선생님, 우산 씌어주면 되잖아요.”
대화에 끼어들며 진상이가 말했다.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참 기발한 생각이었다.
“그래, 우산을 씌어주면 되겠구나.”
“그런데 우산을 어떻게 씌우지?”
“사람들의 우산을 한데 붙여서 씌우면 돼요.”
“그래?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음~~”
“우리 한 번 생각해서 그림으로 그려보자.”
“네!”

아이들은 그리기라면 무조건 좋아한다.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곧장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큰 우산을 받쳐 든 우도의 그림이 제법 그럴싸하다.
세은이는 김선생님이 기르고 있는 개 두 마리에게도
우산을 씌워주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그런데 진상이는 개를 세 마리나 그렸다.
진상이를 불러서 물어보니 개 두 마리가 놀다가
비가오니 우도(개 이름)가 떠내려가는 모습이란다.
그러고 보니 하나의 그림에다 시간차를 두고 표현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을 한다.

‘21세기 아이들에게, 20세기 교실에서, 19세기 교사가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의 빠른 성장과 변화를 환경과 교사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그렇다.
이처럼 톡톡 튀는 아이들의 생각을
고리타분한 내가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는가?
하지만 따라갈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생각을 이끌어 내 줄 수는 있으리라.
하지만 난 곧잘 아이들의 생각을 막아버리지는 않았었는지.......

오늘 나는 또 한 번 아이들을 통해 배우는 교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