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 훔쳐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혹시라도 들킬까봐 조마조마한 가슴을 부여잡고 얼굴 붉히면서 '요놈 요놈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가는 스릴, 안 해본사람은 모른다. 물론 일기를 쓴 사람은 속에서 천불날 일이지만….
그런데 여기 한 번 읽어보라며 '대놓고' 일기를 공개한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이제 교단에 선 지 3년이 된, 날마다 '좌충우돌' 하는 새내기 교사고, 또 한 사람은 어느덧 경력 30여년에 달하는 '베테랑'이 교사다.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에는 이 두 명의 교사가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각기 나름의 시각으로 진솔하게 옮겨 놓았다. 체육 수행평가로 지정된 '철봉에 거꾸로 오르기' 때문에 한숨만 나온다. '이걸 어떻게 가르치지? 나도 못하는데.' 설명만으로는 단 한명도 할 줄 아는 아이가 없었다. ('거꾸로 오르기' 中) 매트 옆에서 잘 넘어가지 않는 아이들을 넘기고 자세를 교정해 주는데 정말 힘이 들었다.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느린 동작으로 하나하나 짚어 가며 설명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니 아쉽기만 하다. 이럴 땐 체육 전담 교사가 없는 현실이 자못 원망스럽다.
"선생님이 한 번 해보세요." "으응, 난 잘 못해. 그리고 선생님은 몸이 굳어서 잘못하면 다쳐서…." "에이~!" "아, 이런 쑥쓰러움!" ('나도 안 되는 걸' 中) 새내기 교사와 베테랑 교사의 일기 가운데 한 부분이다. 자신이 직접 시범을 보이기 어려운 체육 과목을 가르쳐야 할 때의 어려움이 묻어난다. 언뜻 다른 듯 보이면서도 비슷한 두 사람의 교단일기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무한한 공감대를 가져온다. 조금 더 엿보자.
용돈 기입장을 나눠 주고난 뒤 쓰면 좋은 점과 쓰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선생님, 가계부 쓰세요?" … 순간 나도 모르게 "응, 왜?"하고야 말았다. … 오늘 건웅이의 질문에 난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 '건웅이를 다시 불러 고백을 못할 바에야 거짓말하고 불편해하느니 차라리 이참에 가계부를 쓰는 게 낫겠다.' 결론을 내리니 마음이 후련했다. 마침 어제가 봉급날이었으니 잘 되었다. 저녁에 공책을 한 권 마련하여 선을 긋고 어제를 기점으로 가계부를 쓰려니 드는 생각. '아, 선생 노릇하기 참 힘들다.' (베테랑 교사 - '가계부' 中)
교감 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교무실로 갔다. 재계약을 할 것 같다고 하셨다. 원래 계약 기간은 8월 말까지인데 방학 동안 월급이 나가는 것은 국고 낭비이므로 방학 시작 날인 7월 19일로 재계약해야 할 것 같다는 말씀이었다… 나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는 나비가 아닌, 아직도 준비중인 번데기, 그냥 번데기가 아니라 국고 낭비하는 번데기라니. (새내기 교사 - '국고 낭비하는 번데기' 中)
이처럼 이 책의 가장 큰 묘미는 우리 초등교육의 현실이 그대로 묻어난다는 점이다. 전 교과에 걸쳐 만능을 요구하는 교육 체계부터, 체벌과 청소 등에서 엿볼 수 있는 생활지도의 범위와 한계, 장애아를 통해 살펴본 통합교육 기피 현상, 기간제 교사로서의 애환, '백이면 백' 어렵기 짝이 없는 학무모와 관계 맺기 등 구구절절 매 일기마다 '짠~'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더불어 두 교사의 일기를 엮으며 세계 교육의 시각으로 우리 교육을 담아내는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의 마무리 또한 눈여겨 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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