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시의 향기

아름다운 관계 -박남준-

pjss 2008. 8. 1. 10:48

   

 

   아름다운 관계

 

                                   박 남 준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는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도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 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더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 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것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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