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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생나무 가지를 올려놓아야 하나?

pjss 2008. 7. 25. 10:30

 

화톳불의 비유 : 언제 생나무 가지를 올려놓아야 하나?

 

 한국대학 신문

전문위원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장작을 쌓아놓고 화톳불을 피우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더구나 마른 장작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생나무로 화톳불을 지펴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똘스또이는 「신이 이름 붙인 아이」라는 소설에서 화톳불의 비유를 들어서 가르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열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른가지가 활활 타오르기도 전에 생나무 가지를 불 위에 올려놓으면 생나무는 뿌지직 소리를 내면서 밑불을 꺼뜨린다....거기서 그는 다시 깨달았다. 소거간꾼들의 화톳불도 불기운이 강해졌을 때에야 비로소 생나무가 탔던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 마음이 뜨겁게 타올랐을 때 타인의 마음에도 불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톨스토이의 가르침에 관한 비유는 가르치는 행위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의 기본자세에 관한 것이다. 톨스토이는 화톳불의 비유를 통해 가르침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사람이 충분한 열의를 가지고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으려면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에 가르치고자 하는 불기운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어야 한다. 가르침의 불기운이 강하지 못한 사람이 남을 가르치고자 할 경우 자신의 밑불마저 꺼지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모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친구가 가르치는 것이 너무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무리 가르쳐도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험을 보게 했는데 70%가 빵점이어서 동일한 시험 문제를 가지고 다음 주에 다시 시험을 치르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넘는 학생이 빵점이더라는 것이다. 그 친구의 고통과 좌절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어서 “그 학교 참 좋은 학교이다. 자기가 가르치고 자기가 낸 시험을 대부분 학생들이 빵점을 맞는데도 월급을 주니 말이다.”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이야기를 던졌다. 박사학위 마칠 때까지 끝없는 연구를 하면서, 때로는 시간강사라는 이름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도 언젠가 진짜 내 학생들을 맡게 되면 그들에게 내 가르침의 열망을 펼쳐 보이겠다고 다짐하던 신규교수들이 학생들의 준비도나 강의 여건이 기대와 크게 다를 경우 쉽게 좌절하거나 방황하게 된다. 이럴 때에는 수강생의 준비도와 강의 여건을 탓하기 전에 나의 열의는 충분한가를 다시 한 번 자문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 위한 마른 가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


톨스토이 화톳불 비유는 가르치는 사람에 관한 비유임과 동시에 가르침의 행위에 관한 비유로 이해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가르치다 보면 욕심이 앞서서 ‘마른가지가 활활 타오르기도 전에 생나무 가지를 불 위에 올려놓는 우’를 종종 범한다. 즉, 학생이 조금 흥미를 보이면서 해당 주제에 대한 호기심이 막 일기 시작할 때,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으로 착각하여 너무 과도한 과제를 제시하거나, 관련된 읽을거리를 한꺼번에 제공함으로써 막 타오르던 불길을 꺼뜨리고 마는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생가지를 올리기 전에 화톳불에 충분히 불이 붙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다. 만일 잘못 판단하여 생가지를 올렸더니 불꽃이 점점 사그라지는 것을 보거든 곧바로 마른 가지를 올려야 할 것이다. 즉,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마른 가지 하나쯤은 여분으로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