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가족 이야기

그래 가끔은

pjss 2008. 6. 29. 18:02

 

 

2002. 12. 22 . 일요일

 

일요일 !!
여느 때와 다름없이 늦은 아침을 먹고
네 식구 모두 특별히 하는 일없이
안방에서, 거실에서 뒹굴거리다
갑자기 남편이 산엘 가자고 제안을 했다.
국인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을 싫어하기 시작해오던 터라
싫은 기색을 강력히 나타냈다.
내가 같이 가자고 타이르다못해 협박도 해보았으나
막무가내인 국인이를
아빠가 강제적으로 이끌고 츨발!

가는 동안 내내
국인이, 국화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차안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휴게소에서 간식거리를 사준다고 해도
묵묵부답이다.
나와 남편은 아이들이 뒤에 없는 것처럼
둘만의 대화로 일관하며
그네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걸로 복수(?)를.....

드디어
구례군 문척면에 위치한 오산에 도착.
정상에 있은 사성암까지는 40분 거리라고 적혀 있었으나
1시간이 넘게 걸려 정상엘 올랐다.

정상에서는 넓은 들을 끼고 있는 구례읍과
구례를 안고 도는 섬진강, 그리고 구례를 호위하듯
빙 둘러 선 지리산 자락들이 한 눈에 들어와
작고 낮은 산치고는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구인사처럼 암벽에다 건축한 사성암도
근방에서는 보기 드문 절의 모습이라
한 번쯤은 가 볼만한 곳이라 여겨졌다.

돌아오는 길에
국인이, 국화가 먼저 말을 꺼내고
콧노래를 부르는 걸 보며
험한 산은 아닐지라도
올라가면서 서로 기다려 주고
소망을 빌며 돌탑도 쌓고
손잡고 엉덩이 밀며 바위에도 올라가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야호-!도' 외치고 했던
이번 일요일의 등산작전(?)이 성공한 것 같다며
우리 부부는 미소를 지었다.

평소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등산을 하자고 하면
싫어하는 아이들을 뭐하러 데리고 가느냐며
반대를 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비록 남편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 가끔은 아이들에게 강제적으로라도
어떤 새로운 체험의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가족과 함께 등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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