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친구야!(여자만)

팔영산에 다녀와서

pjss 2008. 6. 29. 03:48
 

2006년 11월 5일 일요일


비가 온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우리의 회장님은 왜 날만 받으면 비가 오는 거야?”

“야야, 그런 소리 말어라. 안 그래도 애가 타 죽는디...”

“비가 오믄 어쩐다냐?”

“그래도 가긴 가야제.”


비가 올 거라더니

다행히도 어젯밤 운동장을 돌며 올려다본 하늘엔

휘영청 달이 밝기만 했다.

달무리도 하나 없이...


혹시 밤새 변덕을 부리지는 않았는지

아침 일찍 창문을 열어보니

희끄무레하니 안개만 끼었을 뿐 날씨가 맑았다.


다른 때보다 신경 써서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였는데

오늘따라 갈치조림이 제 맛이 안 났다.

“친구들 만날 생각에 정신을 놓았구먼?”

남편의 놀림을 뒤로하고 집을 나서

팔마체육관으로 향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미연, 순이, 점자, 태영, 생, 재백,

성종, 하진, 하길, 진상이의 환대를 받으며

동육산행팀에 합류하여

나보다 늦게 나타난 영수의 차를 타고

청암대 앞에서 남종이를 태워 팔영산으로 향했다.


광주 친구들이 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온다는

서운한 소식을 접했지만

오지 못한 친구들의 안타까움을 위로하며

우리는 금세 팔영산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


팔영산!

우리 고흥의 명산 팔영산엔

10여년 전쯤 1봉까지만 가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기어코

1봉에서 8봉까지 넘으리란 야심 찬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는데

아뿔싸!

남양 쯤 가는데 차창으로 빗발이 그어졌다.

순천에선 분명히 해를 보았었는데...

과역쯤 가니 이제 빗발이 더 굵어지고

점암 능가사에 도착하여서는

급기야 우리의 세심한 회장님이 준비한

비옷을 걸쳐야만 했다.


세수하던 중국 위왕의 대야에 여덟 개의 봉우리가 비치자

그 봉우리를 찾으라는 어명을 내렸는데

어명 따라 산을 찾아다니던 신하들이

고흥에서 8봉산 발견하여

여덟 八(팔), 그림자 影(영), 뫼 山(산)

八影山(팔영산) 이라 이름 지었다는 산!


능가 사 쪽에서 바라다 보이는 여덟 봉우리가

우리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기에 충분했다.


‘아이참, 비가 오면 바위를 타기 어려울 텐데...’

비옷을 입고 우산을 받쳐 들고 올라가는 폼이

가상해 보였는지 산의 초입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비가 멈추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휴, 얼마나 다행인가?


능가사에서 제 1봉으로 난 길은 2,7km

예전에 왔던 기억으론

소나무 숲에 난 흙길을 걸었던 것 같은데

골짜기를 타고 가는 돌길이어서 조금은 실망이 되었으나

여덟 개의 봉우리를 정복하리란 목표를 갖고 열심히 오르고 또 올랐다.


처음으로 산에 온다는 미연이는

주마다 산악회 따라 산에 다니는 순이보다도

산을 더 잘 타는데

엉큼쟁이 우리 점자는

웬 엄살이 그리도 심한지?

다른 때는 잘도 올라가더니

오늘따라 심한 엄살로 태영이와 동행을(?)...

아 글쎄 애써 기다려주는 우리더러

왜 그리 속이 없냐며 먼저 가란다?

“아, 그래 니 속셈 다 안다. 알어.”


키다리 남종이는 산불만 나면 달려오는 산이라나?

지가 팔영산지기라나?

뭐 민원만 발생하믄 슬리퍼 신고도 달려다니는 산이라나?

혼자서 허풍(?)만 다 떨고는

우리가 힘들게 1봉에서 8봉을 넘을 때

지는 봉우리에 오르지도 않고 여유만 부렸다.


힘은 뒀다 어디다 쓸런지?

가장 튼튼해 보이는 강생이는

처음부터 엄살이다.

각시가 8봉까지 오르면 안 된다고 했다나?

“어떻게 저 봉우리를 다 넘는다냐?”

며 끝내 낙오자(?)가 되어서는

나더러 산행 후기 쓸 때 제발 그 말만은 쓰지 말라는데.....


팔영산 제 1 봉 유영봉(수영봉)!

가는 길목 곳곳의 이정표엔 제1봉 유영봉이라 써져 있더니

막상 1 봉의 봉우리 표석에는 수영봉이라 적혀 있었다.

무슨 까닭일까?


봉우리에 올라 내려다보니

사방으로 탁 트인 아름다운 우리 고흥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날이 맑으면 환하게 멀리 남해까지도 보인다는데...

1봉에서 바라다 보이는 8봉까지의 길은 장난이 아니었다.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하고

마치 유격훈련장에 온 것 같다는 어느 친구의 말이

참 적절한 표현이었다.


우리는 네 발(?)로 기고, 네 팔(?)로 매달리며

2봉 성주봉, 3봉 생황봉, 4봉 사자봉, 5봉 오로봉에 올라

6봉 쪽을 바라보니 표석 옆에 한 사람이 앉아 있다.

조금 늦게 출발하여 우리를 놓쳐

자연휴양림쪽에서 6봉으로 올라왔다는 원종이인가 싶어

“원종아!”

부르니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우리도 손을 높이 들어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6봉 두류봉으로 향했다.


봉우리 아래를 돌아서 가볍게 온 남종이와

엄살쟁이 강생이는 6 봉에서 더 이상 못가겠다며

둘만의 우정을 나누고

우린 원종이와 합세하여

7봉 칠성봉 598m를 정복하고 드디어

8 봉 적취봉에 올랐다.


잔잔하게 물들어 가을을 품고 있는

동쪽 산자락의 단풍은

우리의 마음까지도 넉넉히 품어주는 듯 했고,


오밀조밀 바위들과 재잘대듯

수런거리는 서쪽 등성이의 단풍은

우리들에게 조화의 미덕을 보여주는 듯 했다.


적취봉 봉우리 한 쪽에 자리를 잡고

남겨두고 온 남종이와 생이를 안타까워하며

우린 가볍게 요기를 했다.


"와따, 동창친구들이 좋긴 좋구만! 나가 고흥에서 태어나 고흥에서 살았어도 고흥에서 젤로 유명하다는 팔영산엘 한 번도 못 와봤는디. 동창친구들 덕에 팔영산엘 다와보고.."

우리 재백이의 독백,

어찌 그런 생각을 하는 친구가 재백이 뿐이겠는가?


차를 운전하고 온 태영, 진상, 영수만

능가사 쪽으로 3.2km를 내려가고

우린 자연휴양림 쪽으로 0.9km를 내려왔다.


휴양림에 도착하여 우산각에 앉아

기다린 지 한 20여분이나 되었을까?

아직 능가사에 도착도 하지 못했으리라 여긴 친구들이

벌써 먹을 것을 잔뜩 들고 나타났다.

우리들 배고플까봐 줄달음을 쳐서 이렇게 왔단다.

어찌나 고맙던지....


아, 요놈의 것은 또 무엇인고?

등산을 하러 온 거야?

아님 무슨 잔치하러 온 거야?

태영이는 싱싱한 삼치를 가져와 회를 뜨고

우리 순이는 돼지머리 편육을

또 미연이는 김치에 부침개에 .....

잔칫상이 따로 없었다.


“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요즘이 삼치 철이라 젤로 맛있다고?

이렇게 보드랍고 맛있는 삼치는 처음인 것 같았다.

“아따 한 잔 해 불드라고!”

총무님은 또 무슨 술을 그렇게도 많이 준비했는지?


강생이가 가져온 비키니 술과

순이의 복분자주, 태영이의 인삼주는

순식간에 동이 나버리고

회, 편육, 부침개, 김치에 밥 한 술 먹고 나니

“아. 참 좋---다.”



“애들아! 우리 매월 한 번씩 산에 오면 안 될까?”

갈까 말까 망설였던 때를 후회하며

다음 산행을 벌써 약속하고 싶어졌다.



회를 다 썰고 난 우리의 회장님 태영이는

돌아가며 회원들에게 술을 권하는 매너도 챙기고

앞으론 회원들 만나면 안아주기로 인사를 하겠다나?

“여친들이여, 행여 태영이가 안더라도 오해 말그라. 그건 순전히 반갑다는 인사랑께. 잉!”


태영이는 

12월 정기 모임 때 서울에서 친구들이 내려 올 거라는

반가운 소식도 전하고

우리의 2007년도 사업계획도 구상하여

좋은 방안들은 정기총회 시 내어 놓자는 발언들로

회장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제 한껏 먹어 배도 부르고,

산 중턱이라 쌀쌀한 바람도 불고,

금방 어둠이 내릴 것 같아 짐을 싸려고 하는데

서울에서 재순천 고흥향우회 격려 차 내려왔다는

현식이가 우리에게로 오고 있단다.

오직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아래로 내려가 주차장에서

“반갑다 친구야!”

를 하고 순천에 가서 2차를 하기로 하고

순천으로 향하였다.



우리의 출발지였던 팔마체육관에 도착하니

여섯시 20분, 이미 어두워진 주위 때문에

하루 종일 혼자서 집을 지켰을 남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2차를 가지 못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현관을 들어서니

집안에 음식 냄새가 가득하였다.

“아니, 당신 저녁 먹었어요?”

“응, 자네 저녁 먹고 올 줄 알고 먼저 먹었지.”

“에이, 그럼 저녁 먹고 올 걸.”

“그러지 그랬어.”

“그냥, 당신에게 미안해서...”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내색은 않지만 그래도 일찍 들어온 아내가 좋긴 좋은 모양이었다.

2차를 위해 난이 집으로 간 친구들에겐 정말 미안했지만

또 다음을 위해선......


카메라를 준비하지 못한 탓에

한 장의 사진도 남길 수 없었지만

우리 마음속에 깊이깊이 새겨진

팔영산의 아름다움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친구들아!

함께 산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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