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시의 향기

세밑에 오는 눈 -신경림-

pjss 2008. 12. 29. 21:25

 

 

 


세밑에 오는 눈


                            신경림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등과 가슴에 묻은 얼룩을 지우면서

세상의 온갖 부끄러운 짓, 너저분한 곳을 덮으면서

깨어진 것, 금간 것을 쓰다듬으면서

파인 길, 골진 마당을 메우면서


밝는 날 온 세상을 비칠 햇살

더 하얗게 빛나지 않으면 어쩌나

더 멀리 퍼지지 않으면 어쩌나

솔나무 사이로 불어닥칠 바람

더 싱그럽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창가에 흐린 불빛을 끌어안고

우리들의 울음, 우리들의 이야기를 끌어안고

스스로 작은 울음이 되고 이야기가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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