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시의 향기

12월 -오세영-

pjss 2008. 11. 30. 16:18

 

 

 

12월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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