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시의 향기

들길에 서서 -신석정-

pjss 2008. 7. 9. 19:05
 

   

 

 

 들길에 서서


                                              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不絶)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어니……

 



#[작가소개]

신석정(辛夕汀,1907~1974). 전북 부안 출생. 본명은 석정(錫正).

중앙불교전문 강원에서 1년여 간 박한영 스님의 지도로 수학함.

1924년 <조선일보>에 <기우는 해>를 발표했고,

박용철이 주재한 <시문학>의 동인 활동을 통해 본격적인 시작활동을

했다.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시풍으로 일관한 시인이다.

광복 후에는 민족과 조국을 의식한 현실적 관심이 반영된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집으로는 <촛불>(1939),<슬픈목가>(1947)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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