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15일
드디어 오랜 숙원 사업(?)의 하나였던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고 원서를 냈다.
맨 처음 대학교 성적 증명서를 떼어야 하는데
나의 성적을 대충 알기에(370등으로 졸업함)
누구에게도 부탁을 못하고 읍사무소에 가서
팩스민원으로 신청을 했다.
성적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빴다.
영광스럽게도 권총이 4개였으니
오르간만 안친 줄 알았는데 생물공부도 안 했나 보다.
그래도 졸업을 시켜 9월에나마 발령을 받았으니
난 분명 행운아임에 틀림없었다.
어찌 되었던 순천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에 접수를 하고선
요즘엔 대학원이 총원제라서 탈락되는 경우가 없다는 말만 믿고
화장만 예쁘게 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20명 정원에 32명이 지원해서
1.6대 1일라는 경쟁율 속에 웬 수학계획서를 써내라니
내가 언제 그런 걸 써 봤어야지
남들은 무얼 가지고 와서 보고 쓰기도 하고
열심히 연필 소리들은 나는데
아 갑갑..
안되겠다 싶어
22년 경력에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행동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법 등을 공부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계획서를
써 놓곤 그래도 스스로 만족하고 제출을 했다.
그것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아 글쎄 무슨 놈의 면접이 한 사람 당 10분을 넘기고
현장 경험보다는 이론을 묻는다니
나처럼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간 사람은 그야말로....
무려 3시간을 기다려 내 차례가 되었다.
"상담이론을 아는 대로 말해보세요."
"체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근거를 대보세요."
"대학원 준비를 위해 어떤 책을 보았나요?"
"...."
아는 것도 없었지만
아, 정말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났다.
그야말로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아 창피함.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합격을 한다해도
다시 교수들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로
창피 또 창피......
아, 조금만 준비를 하고 갔더라면
그래서 아주 당당한 나의 모습을 보여 주었더라면
합격을 못한다 해도 괜찮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도 난 여전히 행운아일 거란 기대를 하며
면접 후기를 간단히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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