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도 뜨거운 사람이기를
“성가야~난 서울에 아는 사람도 한 명 없는데...”
동생의 한 마디에 그동안의 주저를 물리치고
용기를 내어 내 블로그와 친구들의 카페에 동생의 도예전을 알렸다.
그러나 막상 전시를 시작한 동생이
역시 자신은 시골뜨기라는 인식을 했다며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겠다고 맥 빠진 소리를 전해와
코엑스에서 모임을 갖는다는 친구의 카페글에
고마움보다는 미안함과 부담감이 앞섰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혜영이가
전시 첫날 향기 좋은 치자화분을 들고 찾아가
동생을 감동 먹이더니
마지막 날도 언니인 나보다 더한 걱정으로
동생을 돌보며 뜨거운 사랑을 보여주었다.
(실은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뭉클하여 눈시울이 젖는다.)
서울만 가면 나의 길잡이가 되어준 내짝 윤희는
이번에도 전날부터 터미널로
나와서 내 아들딸과의 오붓한 해후를 방해하더니(푸훗~)
이젠 나도 서울 지하철 타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데도
여전히 촌아지매 취급을 하며 아침 일찍부터 내앞을 서며
나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 주었다.
아무리 기를 쓰고 멋을 내어도
서울 가시나들 보고나니 난 역시 촌아지매이더라~ㅎㅎ
멋진 모자에 예쁜 미소 살짝 가린 혜심이와
럭셔리하고 슬림한 차림의 은숙이의 등장은
벌교 촌 아지매의 전시회장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나타난 미희는
서로 얼굴도 익히기 전에 가져온 옷 보따리를 풀어놓아
코엑스 한 복판에서
쉰 세대 아지매들의 특권을 맘껏 누리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동생에게 선물 받은 카메라를 들고는
움직일 때마다 무릎에서 삐그덕 소리 나는 우리더러
앉아라 서라 폼만 되게 잡게 하였다.
그래도 미희 덕분에
생전 백화점 근처에도 못 가보는 나도
백화점에 걸린다는 멋진 가디건 하나 건졌다.
뒤늦게 합류한 옷발(?)이 좋은 동순이는 두 개나 건졌던가?
연휴임에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뒤로 하고 찾아와준
친구들 덕에 30여년 만에 얼굴 볼 수 있어서 난 행복했다.
은숙이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버거킹도 먹어 보았고
그리고 서울에 내가 아는 또 다른 친구들이 있다는 생각에 배부르다.
어릴 적 소풍가서
꼭꼭 숨겨진 보물 한 장을 찾아들고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했던 순간처럼
전국에 꼭꼭 숨겨진 보물 친구를 한 명 한 명 찾아
기쁨과 행복을 채워가는 쉰세대 우리들은
보물찾기 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번 서울 여행에서 내가 찾은 보물은
내 가슴 속에 또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며
내 우정의 새로운 지도를 그려주었다.
부족하기만 한 동생의 도예작품에
관심을 가져준 친구들이 한없이 고마웠지만
다른 친구들의 모임과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져 미안하고 아쉬웠다.
부디 동생의 작품이
그들의 행복한 식탁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과
나도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기를 희망하며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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