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친구야!(풍향골)

[스크랩] 너희들이 있어 난 오늘도 서울이 그립다.

pjss 2011. 6. 8. 19:59

“야, 안되겠다. 경미야, 난 내려서 택시 탈 테니 넌 너의 집 찾아 가라.”

한강 근처에서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을 못 찾고 주변을 빙빙 돌며 헤매다

경미를 대로에 버려두고 택시에 올랐다.

택시가 가던 길을 한참이나 가더니 되돌아서 또 한참을 간걸로 보아

내가 경미의 차에서 내린 게 다행이다 싶더라.

겅미는 길치에다 네비도 못 읽은~ㅎㅎ

 

간신히 터미널에 도착하여 7시40분 버스표를 구하고 한숨을 돌리니

경미가 집은 찾아갔나 걱정 되어 문자를 보냈으나

버스 타고 내려오는 내내 답장이 없더니

12시경에 집에 도착하여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그때서야 문자가 날아왔다.

그 덕에 그래도 잠은 편히 잘 수 있었다. ㅎㅎ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 잔 하고 얼큰하게 취한 남편이

이쁜 마누라 잃어버릴까봐 버스터미널에 마중 나와 주어 무사히 귀가하였다.

밥은 먹었느냐, 피곤하지 않느냐는 남편의 물음에

그때서야 저녁밥을 먹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배가 고프지 않은 거지?

왜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거지?

 

정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시간동안

내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을 온몸으로 받고 온 나는

하나도 배고프지 않고 피곤하지 않았다.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나름의 열정으로 살고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만남이야말로 친구들의 진면모를 발견하고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너무 기쁘고 배불렀다.

 

동생을 위한답시고 친구들에게 도예전 안내를 하고선

만난다는 기쁨보다는 괜히 시간 뺐는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더 컸었는데

돌아오는 길엔 만남의 계기를 만들어준 동생 혜숙이가 오히려 고맙기도 하였다.

 

함께 한다는 것

함께 함으로써 행복하다는 것

그 행복이 무엇인지 몸소 느낀 이번 서울여행에서

친구들에게 고마움의 빚을 잔뜩 지고 내려왔지만

오히려 그 빚이 나를 더욱 기쁘게 하고 있다.

 

고맙다. 친구들아!

너희들이 있어 난 오늘도 서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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