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어쩌누?
2011년 3월 22일 화요일
‘이를 어쩌누?’
나이 듦에 대하여
난 언제나 초연했다.
‘몇 살만 더 젊었더라면.......’
‘스무 살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라든지 하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고
늘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여겼다.
듬성듬성 돋아나는 흰머리나
눈과 입가에 생기는 주름살마저도
나이 듦을 보여주는 자연스런 모습이니
적당히 생기는 게 더 아름다운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요즘 난 혼란에 빠졌다.
스물여섯 살부터 서른 초반~~
그리고 쉰 세대(?).....
우리 학교 교사 구성원이다.
나와 함께 발령을 받아
우리 학교로 전근 온 교사들은 모두 아홉 명이었다.
아홉 명 모두가 스물여섯 살부터 서른 초반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는 發光世代인 것이다.
그동안 서른 후반, 마흔 초 ,중, 후반 그리고 쉰~~
여러 세대가 공존하여 지낼 때는 느껴보지 못한
묘한 감정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였다.
상대적인 열등감이랄까?
학생들과 학부모 앞에서 나란히 함께 서서 인사소개를 할 때도
더 젊어 보이지 못한 게 안타깝고 속상했다.
아침에 화장을 하며 옷을 갈아입는 것도
부질없는 일 같이 여겨지기도 하였다.
2층 교사 실에 모여 이야기를 할 때도
젊은 교사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내가 끼어들 틈은 거의 없다.
어느 때는 투명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일부러 한 마디 끼어들거나
학급경영이나 업무 면에
자청하여 조언(?)을 하면서도
주책없어 보일까 조심스럽고
아침 식사를 거르고 다니는
아들, 딸 같은 그들의 먹을 거리를 챙기면서도
혹시 부담스러워 하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다.
그들은 나에게 정중하게 예의를 차리고
내가 무슨 일이라도 할라치면 얼른 나서서 제가 하겠다며
나의 나이 듦을 존중해주지만
난 어쩐지 심한 독립감(?)에 시달린다.
퇴근 후에도 체육관에서 배구 연습을 자주 하는데
끼어들기가 무척 미안하다.
내가 먼저 하자고 제안할 엄두는 못내지만
그들이 하고 있으면 눈치 없는 척하고 함께 한다.
그런데 솔직히 아무리 초연하려고 해도 잘 안된다.
기능을 가르쳐주는 교사에겐 몸치라서 미안하고
함께 게임을 할 때도 공을 못 받으면 또 미안하다.
땀을 흘리며 운동하고 나면 기분은 좋은데
마음 한편엔 미안함이 늘 자리한다.
아, 그러고 보니
나이 때문에 주눅이 들어있는 거다.
요즘 내가,
이를 어쩌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