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단일기(2008~2009)

아이의 따끔한 지적에도

pjss 2009. 6. 5. 12:15

2009년 6월 5일 금요일


“선생님, 근데요?”

“왜?”

“책에도 나와 있고, 선생님도 말씀하셨는데.”

“뭘?”

“쓸모가 있는 것은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그런데?”

“근데 왜 선생님들은 종이컵을 한 번만 쓰고 버리세요?”

“.......”

“다른 데에다 쓸 수도 있잖아요?”

“.......”


종이컵!

나는 학교에서 커피를 타 마실 때면 종이컵을 사용한다.

흔히 말하는 다방커피를 마시는 나는

왠지 종이컵에다 마시는 게 훨씬 더 맛이 있다는 게 이유이기도 하지만

실은 저쪽 복도 끝에 자리한 개수대까지 가서

사용한 컵을 씻기가 싫다는 게 더 정확한 원인일 것이다.

그래서 1회용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커피를 마시고 쓰레기통에다 종이컵을 버리는 나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은이가 나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아,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런 변명거리를 찾지 못한 나는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우리 세은이를 꼬옥 안으며 말했다.

“그래, 선생님이 잘못했구나.

종이컵도 모으면 다른 것에 재활용할 수가 있는 것인데.......“

“네.”

“이제부터는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재활용하기로 하자.”

“네.”

이제야 안심이 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씨~익 웃는 세은이.


“종이컵 사용하면 나쁘잖아요?”

하고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여기며

그래도 아직은 종이컵 사용의 폐해보다는

재활용만 알기에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며

휴~한숨을 돌렸다.

 

아, 그러고 보니

아이의 따끔한 지적에도

종어컵 사용하기를 중단하겠다 하지 않고
아직 제정신을 못 차리는 박점숙!

과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맞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