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jss 2009. 4. 6. 23:48

 

 

 

 

 

 

 

2009년 4월 6일 월요일

생일파티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처음으로 도시지역인 순천으로 발령을 받은 20여 년 전
그때 학교에는 유행처럼 아이들의 생일파티가 행해졌다.

처음엔
시골 아이들에 비해 먹을 것과 쓸 것이 풍부한 도시 아이들에게
생일파티는 사치처럼 느껴져서
매월 생일파티를 하지고 조르는 아이들의 의견을 무시하였다.

어느 날 의외로 결손가정 아이들이 많고
생일날을 챙겨주지 못하는 학부모가 많다는 사실과
받으면서 느끼는 행복감과
주면서 느끼는 행복감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생일파티를 열기 시작했다.

파티에 필요한 음식은 학급원에 맞는 초코파이와 야쿠르트로 내가 준비하고
아이들에게는 전체 선물인 덕담이 담긴 책받침과
간단한 개인 선물(500원 범위 내에서)과
모둠별로 축하공연을 준비하였다.

그리고는 매월 마지막 날
생일을 맞은 아이들을 모아 생일파티를 하였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아주 많이 좋아하였다.

그러다 교사가 준비하는 생일 음식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못마땅하여 방법을 찾던 중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파티를 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뷔페식 생일 파티를 열었다.

급식과 겹치지 않게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각 모둠별로 음식을 정하고 재료를 준비해 와서
학급 원 분량의 음식을 만들어 차려 놓고
각자 개인 접시에 음식을 덜어가서 먹으며 여는 뷔페파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였고,
아이들도 좋아하였다.

오늘,
우리 반 세은이의 생일이다.

작년엔
주민등록상으로 4월 4일이 생일인 것 같아서 물으니
아니라고 하였다.
언제가 생일인지 알아오라는 내 말에
할머니도 모른다고 하더니
2학기 어느 날 갑자기 생일이라고 말해서
축하파티도 열어주지 못하고
다음 날 준비한 선물을 주는 것만으로 때워버렸었다.

그런데 올해는
며칠 전에 내 생일이 언제인가를 묻기에
‘네 생일은 언제인데?’
하고 되물으니 4월 16일이 생일이라더니
다시 4월 6일이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제 선물과 케이크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언니, 오빠들에게도 세은이의 생일을 알려주고
간단한 선물을 준비하게 한 뒤
중간놀이 시간에 생일파티를 열었다.

할머니는 생일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장에 가셨다며
생일 중에 오늘이 최고로 좋은 생일이었다며
입이 귀에 걸린 세은이가
다음에 내 생일을 꼭 챙겨 주겠다고 하였다.

 

많은 다른 아이들에게는
해마다 행해지는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파티가
우리 세은이에게는 특별한 이벤트가 되는 생일파티...

예쁜 우리 세은이가
아름다운 세상에서 밝고 맑게 자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