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친구야!(여자만)

우리 함께 한 송년의 밤[200.12.13~14 지리산 가족호텔]

pjss 2008. 12. 15. 08:52

 

 

2008년 12월 14일 일요일


여자만 푸른 물결 가슴에 안고

두방산 맑은 정기 타고난 우리들이

3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기억을 더듬으며

희미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반갑다, 친구야!”를 외치기 시작한 지 어언 3년,


이제 첫 만남의 설렘보다는

서로의 안녕이 더 궁금하고

석 달 만에, 여섯 달 만에 보는 얼굴이지만

어제 보고 또 본 듯

만나면 손부터 내밀고 허리부터 껴안는다.


지난 가을 완도 수목원 여행의 열기를 빌어

내친 김에 1박 2일 송년의 밤을 갖기로 해 놓고

이런 저런 일로 참석하지 못할 친구들이 하나둘

늘어갈 때마다 애를 태운 운영진을 위로라도 하듯이

스물하고도 다섯 명의 친구들이

지리산 가족호텔로 모여들었다.


우도의 싱싱한 자연산 굴과

쫄깃쫄깃 감칠맛으로 유명한 선정 꼬막의 시식으로

우리들의 웃음은 지리산 산동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쉰 줄에 앉은 친구들의 건강을 염려한

회장님의 주선으로 모신 웃음 치료사가

한 시간 동안 2008년의 스트레스를 몽땅 날려 주었고,

돋보기 50개, 선글라스 3개에 썬크림까지

선물보따리를 한 아름 가져와

친구들의 눈을 환하게 밝혀주고 멋쟁이로 변신시켜준

영수 친구의 예쁜 마음은

우리들의 마음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고맙다, 영수야!

니 덕분에 오늘부턴 그 좁던 바늘귀가 봉화산 터널이 되야 부렀다.ㅎㅎ”


모임 때마다 헌신하시는 회장님과 총무님,

멀리 부산에서 빨간 모피를 두르고 나타난 이뿌니 영옥,

‘처녀 농군 저리 가라.’ 고흥의 멋쟁이 성란이,

모임 때마다 이리 빼고 저리 빼며 애를 태우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심이와 혜연,



일년 농사 애써 지은 참다래를 아까워하지 않고 가져온 광득,

새벽 두시에 광주에 가더니 아침에 벌써 대구 팔공산에 도착했다는 귀종,

오랜만에 얼굴 보여주며 앞으로는 절대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한 하남,

언제나 뒤에서 든든하게 밀어 주는 동강의 기동이와 원종, 제칠 그리고 완석,

어떻게 하면 우리 모임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강생.


무면허 운전 마다않고 친구 보고픔에 한달음에 달려온 성종

뒤늦게 나타나 친구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은 재백,

늘 달고 다니던 순이, 미연에게 퇴짜 맞고 쓸쓸히 홀로 온 진상,

점잖기와 이름이 형제 같은 하길이와 하진,


오늘도 어김없이 서른 총각 행세 하려드는 종훈,

뒤늦게 모임에 합류했지만 우리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필석이와 영복,

아직도 이쁜 점숙이와 미운 점자를 헷갈려하는 용식,


친구들아!

너희들이 함께 했기에 2008년을 보내는 송년의 밤이

그 어느 해보다 뜻 깊었다는 거 알지?

항상

‘나 하나쯤이야 빠져도 되겠지.’

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안 가면 안돼.’

라는 생각으로 우리 모임을 이끌어 가보자.


그래야지

『내년엔 서울 친구들과 함께 송년의 밤을 보내면 어떨까?』

하는 우리의 바람도 이루어지지 않겠니?


사진기를 숙소에 두고 나오는 바람에

그 멋진 얼굴들을 모두 다 찍지는 못했지만

우리 모두 가슴 속에 그리운 얼굴들 고이 간직해 갔으리라 믿으며

미안함을 전한다.